당신의 나무 - 1999년 제44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김영하 외 / 현대문학 / 199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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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여기서 나는 감히 상처를 받았었다고 말한다. 그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나오면서 내게 남은건 상처 뿐이었다고... 때문에 내가 할 줄 아는건 철저히 자신을 위장하는 것, 이 뿐이었다고.

이 소설을 읽고 잠시 생각에 감겨 본다......
나를 스쳐 갔던 사람들이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내게서 상처를 받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그리고 나는 너무도 이기적이게 상처를 받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궁극에는 이런 상처들 덕에 내가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당신의 나무>를 읽고 인간의 삶이 어떠한 것인지 이제야 1%알았다고 말할수 있을것 같다. 나에게는 과분한 그 1%. 나는 여기서 그 1%를 말하려 한다.

(그리 흔하지 않은) 2인칭으로 된 이 소설의 주인공 '당신'(인정하기 두려운 나)은 어려서 부터 나무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인상심리사인 '당신'은 여자에게 로샤하 테스트를 하면서 호감을 갖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머리에 내려 와 앉은 씨앗,그것이 조금씩 자라고 있음을 느낀다.
머리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씨앗. '당신'은 여자로 인해 자신이 조금씩 파괴되어 가고만 있다고 단정하는 어쩌면 이기적인 사람이다.

'당신'은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나무에 대한 두려움을 다시금 느낀다.
타 프롬 사원에서 거대한 석조 불상의 틈새에 자신의 뿌리를 밀어 넣어 수백년간 서서히 바수어온 나무를 본다. 그곳의 나무들이 불상과 사원을 짓누르면 부수어 나가는 것을 보면서 당신은 어렸을적 가졌던 나무에 대한 두려움을 또 다시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곳에서 당신은 승녀의 말을 듣고 새로운 두가지 사실을 알게 된다. 하나는 뿌리로 불상과 사원을 부수는 일이요, 또 하나는 불상과 사원을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도록 벼텨 주는 일.

그 후 당신은 생각한다 혹시 당신이 그녀의 나무는 아니었는지.. 그리고 의문을 가진다 누가 나무이고 누가 부처 인지를...
그릇의 덜컥임이 연쇄의 시작이었다고 단정한 '당신'은 깨달은 것이다. 그 연쇄 작용은 결국엔 순환작용이었다고....

「당신은 한 여자에게 전화를 건다. 자신이 뿌리를 내려 머리를 두 쪽으로 쪼개버린 한 여자에게 말이다. 네 몸이 그립다. 안고 싶도 빨고 싶고 네 속으로 들어가 또아리를 틀고 싶다. 나무와 부처처럼 서로를 서서히 깨뜨리면서, 서로를 지탱하면서 살고 싶다」- 이것이 이 소설의 결말 부분이다.

사람에게 있어서 사람이라는 존재는 필요악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아울러 해 본다. 서로를 깨뜨리면서, 서로를 지탱해 주는...

잠시 생각에 잠겨 본다. 그리고 나를 스쳐갔던 사람들의 이름을...또는 이름 조차 생각나지 않는 안타까운 이들의 얼굴을...
그들이 남기고 간 상처가 '뿌리'가 되어 나를 지탱해 주고 있음을 느낀다. 살며시 눈을 감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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