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생각을 바꾸는 방법 - 극단의 시대, 견고한 믿음에 균열을 내는 설득의 과학
데이비드 맥레이니 지음, 이수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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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렇다. 내가 가지고 있는 확증 편향이다. 나는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사람을 고쳐 쓴다? 아니, 그런 생각은 아예 버리는 것이 좋다. 자신의 가장 가까운 가족만 봐도 그렇지 아니한가? 아무리 이야기해도 변하지 않는 그들의 굳센 믿음과 자세. 아니, 다른 사람 말고 나는 어떠한가? 나 역시 쉽게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사람은 변한다고 생각한다. 아니, 무슨 소리? 좀 전에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다만, 어떠한 계기를 만난다면 사람은 변할 수 있다."

계기가 중요하다. 나는 사람이 이 계기를 만나게 된다면 누구나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아무도 자신에게 신경쓰지 않았는데,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응원해주는 선생님을 만난다든가, 자기 관리에 대해 아무리 들어도 무시했던 사람이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다든가, 우연한 기회에 발견한 책 한 권이 자신의 인생을 바꾸었다는 등 그 계기는 저마다 다르다. 남들이 보기에는 하찮은 계기라고 생각할지라도 자신에게는 그 사소한 계기가 위대한 생각의 변화를 이루기도 한다.






이 책 역시 사람은 변할 수 있다고 말한다. 타인의 생각과 마음을 바꿀 수 있다고 한다. 타인과 나눈 대화를 통해 마음이 왜 변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마음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연구하며 얻어낸 결과이다. 우리가 무엇을 놓치기 때문에 설득에 실패하는지 살펴본다. 사람들이 믿음과 태도, 가치관을 수정하게 되는 심리적 메커니즘을 알아본다. 9.11 테러의 음모론을 믿었던 찰리를 통해, 동성 결혼 금지에 찬성한 주민들을 통해, 교회를 떠난 잭과 메건을 통해, 그리고 이 외에 수 많은 사례들을 통해 마음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아보고, 여러 설득 기법을 활용하여 타인의 마음을 바꿀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미 말한 것처럼, 이 책에는 다양한 설득 기법이 나온다. 짧은 대화로 타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딥 캔버싱, 사람들이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주장에 대해 질문을 던지면서 함께 생각해 보는 대화인 길거리 인식론, 사람들의 내면 동기를 파악하는 스마트 폴리틱스 기법, 그리고 동기 강화 상담 등이 그것이다. 이 기법들은 설득이라는 주제로 분류가 되어 있기는 하지만, 사실 이들의 최종 목표는 설득이 아니다. 상대방의 결론 자체보다도 그의 동기에 초점을 맞춘다. 상대방이 자신의 생각을 더 깊이 들여다보도록, 그리고 자신의 견해와 눈앞의 메시지가 얼마나 일치하고 다른지를 이해하도록 한다. 이뿐만 아니라, 먼저 상대방의 말을 귀기울이게 한다.






★설득은 강요와 다르다. ~~ 설득은 상대방이 자신의 생각을 더 깊이 들여다보도록, 그리고 자신의 견해와 눈앞의 메시지가 얼마나 일치하고 얼마나 다른지 이해하도록 이끄는 행위다. ~~ 효과적인 설득 기법에서는 상대방의 결론 자체보다는 그의 동기에 초점을 맞춘다. (p.20)

★여러모로 볼 때 설득은 변화가 가능함을 사람들에게 일깨우는 행위다. 모든 설득은 자기 설득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욕구와 동기, 내면에서 일어나는 반박을 토대로 자기 생각을 바꾸거나 바꾸지 않는다. (p.20)

★마음을 바꾸고 자신의 가정을 수정하고 다른 관점을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의 뛰어난 강점이자 진화롤 통해 인간의 뇌가 갖추게 된 능력이다. 그 강점을 이용하려면 논쟁 대신 대화를 해야 하는 이유를 곧 알게 될 것이다.(p.21)

★반면 방법 반박하기를 통한 설득에서는 개인이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과 결론을 확신하게 된 이유에 집중한다. ~~~ 사람들이 한 걸음 물러나 자신의 정보처리 과정을 돌아보면서 특정 결론에 이른 과정과 자신의 추론 방법이 타당한지 생각해 보게 한다. (p.348)

★사람들을 찾아가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들의 이야기도 성의껏 들어주는 거죠. 그 과정을 통해 인간적인 느낌과 공감이 형성되고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됩니다. 사실 그게 설득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p.355)






대화를 하면 할 수록 대화가 안 된다는 것을 느낀 적은 없는가? 처음에는 분명 대화였으나 싸움으로 변질된 적은 없는가?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고 싶었다. 상대방 뿐만 아니라 나 조차도 설득이 안 되는 마당에 어떻게 하면 마음을 바꿀 수 있을까 싶어서 선택한 책이었다. 이 책의 저자 멕레이니도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고 믿었던 비관론자였다고 한다. 그러나 자신의 아버지를 비롯하여 음모론자, 정치 극단 주의자, 광신도 등 도무지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이들의 가치간이 한 순간 뒤집히는 장면을 목격한 것을 계기로 스스로 신념을 바꾸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탄생한 책이 바로 이 책 <그들의 생각을 바꾸는 방법>이다. 수년간 맹렬한 지적 호기심을 바탕으로 설득의 원리를 파헤쳤다. 완강했던 믿음을 바꾼 이들을 직접 만나 심층 인터뷰하고, 심리학자, 인지과학자, 설득 전문가 등과 협업하여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심리학책을 읽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뇌과학책을 읽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오히려 그래서 더 흥미로웠다. 물론 술술 익히다가도 막히는 부분은 있었지만.






타인의 생각을 바꾸고 싶은가? 그렇다면 이 책을 읽고, 타인의 생각을 바꾸기 전에 자신의 생각부터 되돌아 보아라. 각각의 설득 기법의 사례를 따라가다 보면 나의 확고한 신념도 어느새 말랑 말랑 해지는 순간이 올 것이다. 결과가 바뀌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아, 이런 대화 과정을 거치는구나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떠한 계기를 만난다면 사람은 변할 수 있다. 당신에게 이 책이 그 계기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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