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해서 남 주자 - 글로벌 인재 육성, 새 길을 찾아서
김영길 지음 / 비전과리더십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공부해서 남주자

얼마 전 도심의 서점에 들렀다가 제목이 눈길을 끄는 책을 발견했다.

공부해서 남주자

공부가, 소위 신자유주의 시대라고 하나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출세와 안락을 위한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는 이 시대에 이처럼 쉽고 평범한 어휘로 우리의 교육 문제 해결의 핵심을 제안하고 있는 슬로건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저자를 보니 TV 강연과 풍문을 통해 이미 익숙한, ‘과학자요 교육자로 유명한 김영길 박사였다(그의 바로 위 형님이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초대 포항공대 총장 김호길 박사). 출판사는 책의 표지 띠에 그의 얼굴을 담았는데 소년처럼 순수하고 맑은 모습이었다. 내 알기로 일흔이 훨 넘으신 걸로 아는데 어쩜 이런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까 놀라왔다. 링컨인가 누군가 나이 40이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는 데, 김영길 선생님의 얼굴을 보니 그가 살아온 삶의 모습이 저절로 연상이 되었다.

현장에서 책을 일별하니 작은 책자임에도 흥미 있는 내용들이 담겨 있어 냉큼 구입하였다. 교육계에 있는 친구에게 선물하기 위해 2권을 더 샀다.

분량이 많지 않아 단숨에 책을 읽었다.

서문에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나이가 들어도 식지 않은 교육에 대한 열정을 강조함과 동시에 자신이 지향하는 교육의 방향에 대한 지론이 중심을 이루고 있었지만,

나에겐 다른 부분들이 더 관심을 끌었다.

책의 전반부는 지례라고 하는 안동의 심심산골 골짜기(저자가 말하기를 자동차보다 비행기를 먼저 보았다고 하는)에서 자란 사람이 어떻게 과학을 하게 되고, 나아가 교육자로 헌신하게 되었는지 그의 자전적 인생 스토리를 담고 있었다.

나는 이 부분이 너무 경이롭고 흥미로왔다.

요즈음과 같은 경쟁사회에는 어울리지 않는 어리석어도 좋으니 어질어라라는 가훈부터 시작해서,

안동이라고 하면 다들 짐작하겠지만 유교(유학)로 유명한 고장 아닌가. ‘유교와 과학하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고 강변하는 게 세론이다. 조선시대 유학의 과도한 인문주의가 과학발전을 저해해 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압도적 대세를 이루는 형국에,

어떻게 명망 있는 유학자집안에서 저명한 과학자가 둘씩이나 나올 수 있었는가.

형인 김호길 박사는 1960년대 냉전의 한복판에서 36세 젊은 과학자의 신분으로 우리나라 여권을 가지고 구소련을 방문한 최초의 한국인 학자이며, ‘재미 한국인 과학자 협회를 만드는 주역(초대 간사, 6대 회장)이었고 무엇보다 나이 49세에 포항공대 신화를 일구어낸 사람이었다.

저자인 동생 김영길 박사는 최초로 미항공우주국(NASA)에 입사한 한국인 학자였고, 두 차례나 NASA에서 주는 상을 받을 정도로 뛰어난 능력의 과학자였으며 70년대말 조국의 부름을 받자 주저없이 귀국하였으며, 후에는 열악한 조건과 환경에도 불구하고 지방에다 모범적인 대학을 만들고 정상 궤도에 올려놓은 교육자였다.

유교와 과학, 그리고 유교적 교육을 받고 자란 사람이 기독교에 입문하게 되는 과정도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조선시대 기독교를 받아들인 유학자들이 기호지방의 퇴계학도들이었다는 사실, 이로 미루어 퇴계학과 기독교간에는 모종의 연결고리가 있지 않을까 하는 언급도 관심을 자극하는 부분이었다.

오늘과 같은 소위 과학의 시대에 과학자로서 과학의 이중성, 즉 과학만능주의에 대한 경고 등도 새겨들을 만 했다.

과학자는 동시에 교육자가 되어야 한다는 언명은 특히 감동을 주는 귀절이었다.

요컨대 이 책은 작은 책자임에도 불구하고

유교, 전통과 현대와 미래, 교육, 과학, 그리고 기독교등 오늘날 우리에게 아주 민감한 주제에 대해 생각하게 해 주는 책이었다.

아주 바쁘지 않은 분이라면 부담 없이 일독할 만한 책이 아닌가 생각한다. 가격도 부담이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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