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민음의 시 256
손미 지음 / 민음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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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었는데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밤을 두드린다.
나무 문이 삐걱댔다. 문을 열면 아무도 없다. 가축을 깨무는 이빨을 자판처럼 박으며 나는 쓰고 있었다. 먹고사는것에 대해 이 장례가 끝나면 해야 할 일들에 대해 뼛가루를 빗자루로 쓸고 있는데 내가 거기서 나왔는데 식도에 호스를 꽂지 않아 사람이 죽었는데 너와 마주 앉아 밥을 먹어도 될까. 사람은 껍질이 되었다. 헝겊이 되었다. 연기가되었다. 비명이 되었다 다시 사람이 되는 비극, 다시 사람이 되는 것. 다시 사람이어도 될까. 사람이 죽었는데 사람을 생각하지 않아도 될까. 케이크에 초를 꽂아도 될까. 너를 사랑해도 될까. 외로워서 못 살겠다 말하던 그 사람이죽었는데 안 울어도 될까. 상복을 입고 너의 침대에 엎드려있을 때 밤을 두드리는 건 내 손톱을 먹고 자란 짐승, 사람이 죽었는데 변기에 앉고 방을 닦으면서 다시 사람이 될까무서워. 그런 고백을 해도 될까. 사람이 죽었는데 계속 사람이어도 될까.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라고 묻는 사람이어도 될까. 사람이 죽었는데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나무 문을 두드리는 울음을 모른 척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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