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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김훈 지음 / 학고재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나는 서민이다. 그래서 나는 서날쇠를 이해하고 마루를 이해하며 군졸들의 말놀림에 속이 다 후련하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건 별로 없다. 임금대신 대통령이고 영의정 좌의정 대신 총리이며
백성을 국민이라 부르는 것일 뿐이다.
지금도 우리는 남한산성의 백성들과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 우리는 말을 잘 할 줄도 모르고 글을 꾸밀 줄도 모른다. 그러나 꿋꿋하게 흔들림 없이 길을 간다. 앞에서야 어쩌든 그저 자기 일을 하며 서 있다.
최명길은 청에 굴복한 죽일놈이라고 배웠기에 처음엔 김상헌에 초점을 두고 읽었다. 그러나 읽으면 읽을수록 난 최명길의 편에 서 있었다. 둘 다 옳다. 그러나 난 김상헌이 사공을 칼로 베어버릴 때 동병상련을 앓는 듯 울분을 느꼈다.
- 청병이 오면 얼음 위로 길을 잡아 강을 건네주고 곡식이라도 얻어 볼까 해서....
- 어가는 강을 건너갔고 소인은 다시 빈 마을로 돌아왔는데, 좁쌀 한 줌 받지 못했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