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란다 복제하기 사계절 1318 문고 143
캐럴 마타스 지음, 김다봄 옮김 / 사계절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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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네 살 미란다가 겪는 서스펜스와 모험은 특수한 상황이지만, 미란다가 하는 고민은 대한민국 십대들도 반드시 하는 것이다. 미란다의 고민은 나는 누구인가에서 파생된 것이다. 자신이 가진 재능과 성격이 설정값이라면 그동안의 삶과 앞으로의 결정이 과연 자신의 선택인지 이미 정해진 운명이었는지 하는 철학적인 질문에서 시작한다. 게다가 부모님의 보호 아래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던 소녀는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자 이제 인격적인 독립체로 한 단계 뛰어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미란다는 절친 엠마에게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엠마, 계속 이런 생각이 들어. 사람들은 아주 이상한 이유로 어떤 선택을 하잖아. 내 선택의 반은 내가 착하게 태어나서 내리는 거고, 반은 착한 아이로 길러져서 내리는거야. 그러니까 결국 특정한 방향으로 선택하게끔 정해져 있는 거지. 그럼 나는 과연 얼마나 자유로운 걸까?”

 

  이 소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선택자유이다. 도덕적 딜레마의 순간에 무엇을 선택하느냐가 선과 악을 결정하며, 인간은 선택의 자유를 가진 존재라는 점을 소녀들의 입을 통해 전달한다. 여기에 복제 인간이라는 가까운 미래에는 가능해질 소재를 사용해 흥미진진함을 더했다. 2020년 인간과 90% 이상 유전적으로 유사한 붉은털원숭이를 복제하는 데 성공한 사례가 있으니 인간 복제가 아주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니다. 유전자 가위 기술이 점점 더 정교해지면서 인간 배아의 DNA에서 유전병을 유발하는 인자를 제거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으니, 나중에는 미란다의 부모님처럼 완벽한 아이를 위해 외모나 지능을 조작하려는 시도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우리가 소설 속 주인공처럼 복제인간은 아니지만 미란다의 독백은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살아 있는 한 우리는 처음부터 가지고 태어난 DNA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어떤 결정을 할 때, 그게 스스로 내린 건지 그 결정을 하도록 프로그래밍 된 건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아니, 그 두 가지가 정말 다르긴 한가?

 

  인간 존재에 대한 심오한 질문을 시종일관 던지고 있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서스펜스와 순한맛 스릴러가 섞여 있지만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밝고 경쾌하다. 쨍한 핑크색을 배경으로 파란 눈에 금발의 주인공 얼굴이 순정 만화 그림체로 그려진 표지부터가 그렇다. 소설의 배경도 햇빛이 눈부신 캘리포니아이고 열네 살 모범생이 할 수 있는 약간의 로맨스도 추가되어 한편의 미국 하이틴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중학생이 이 책을 읽으면 독후 활동으로 미란다와 절친 엠마처럼 성향이 극과 극인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 연극을 하고 싶어하는 미란다와 이를 반대하는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처럼 나를 둘러싼 인간관계를 주제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생각 나눔활동도 가능하고 인간 복제와 같은 과학 기술과 윤리 문제, 장기 이식과 생명 존중에 대한 문제, 자아정체성과 자유의지에 대한 문제처럼 사회적 이슈나 철학을 주제로 한 가벼운 토론도 가능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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