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문명의 눈부신 비전 열하일기 고찬찬(고전 찬찬히 읽기) 시리즈 1
고미숙 지음 / 작은길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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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은 나에게 일상의 여유를 가져다 주고 삶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준다.

연암 박지원이 울울한 심정에 어디론가 멀리 떠나기를 염원하던 차에 행운이 찾아와 중국으로 가게 되면서 열하일기는 시작된다. 나에게도 대학을 중퇴하고 우울해하던 시기에 뜻밖의 외국생활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그때는 행운이라기보다는 도전이었다. 연암이 연경을 가게 되었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가슴이 벅차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두려운 마음...지금으로부터 23년 전에는 21살의 아가씨가 혼자 남미로 가는 건 흔치 않아, ‘부모동의서까지 첨부해 겨우 입국을 허락받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야 돌이켜보면 그때 그곳에서의 시간들은 내 삶의 전환점이자 현재 내 삶의 든든한 버팀목이 된 귀한 시간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지금처럼 다른 나라를 여행하던 일이 흔치 않은 시대에 연암은 그의 삶과 작품세계에 많은 영향을 준 일생일대의 여행을 통해 독자인 우리 후손에게 많은 즐거움과 교훈을 주고 있다. 비록 여행은 굶주리며 잠도 자지 못하는 무리한 여정으로 몸이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지만, 연암은 뭐라 형용하기 어려운 감회에 휩싸인 듯하다. 조선인으로선 처음 거기에 발을 들여놓는다는 사실 때문이었을까? 아마 나라를 위해 많은 것들을 보고 배워가야 한다는 일종의 애국심 때문이리라. 그의 여행기는 중국의 수려한 자연 경관과 문화를 나열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흥미진진한 모험뿐 아니라 사유를 거친 그의 생각과 정신이 깃들여 있다. 또 유머러스한 상황과 재치있는 말은 열하일기의 감칠맛을 더해준다. 많은 일화중에 제일 와닿는 부분은 청나라의 문명을 보고 청 문명의 장관은 기와 조각과 똥부스러기에 있다고 한 말이다. 조선의 양반신분으로서 위엄을 버리고 트여있는 사고관에서 나온 멋진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코끼리를 보며 했던 많은 생각들은 어떻게 나온것일까? 연암과 함께 한성을 출발해 연경으로 연경에서 열하로 가는 여행을 통해, 한가지 얻은게 있다면 나도 연암과 같은 멋진 여행기를 쓰고 싶다는 도전을 받은 것이다. 열하일기처럼 아니 열하일기의 발꿈치라도 따라가기 위해서 지금부터 생각하는 힘을 조금씩 조금씩 길러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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