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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교 설교의 역사
폴 스코트 윌슨 지음, 김윤규 옮김 / 대한기독교서회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서평>
현재 캐나다 토론토대학 신학부의 설교학 교수인 저자는 시작하는 말에서 이 책의 목적을 ‘오늘날 설교자에게 설교론적인 창의성을 발휘하도록 돕는 것’ 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책의 유익함은 설교를 준비하는 목회자들에게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프레드 크래덕 교수가 추천사에서 밝힌 것처럼, 역사적으로 존경받는 설교 선배자들의 이야기와 실제 역사적인 순간에 선포되었던 그들의 설교문들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많은 깨달음과 감동을 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믿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나님의 복음이 교회 안에 머물러 있지 않고, 세상으로 전파되기를 바랄 것이다. 복음의 선포 사역의 중심에 있는 설교는 그런 의미에서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예수님을 핍박하다가 기적적인 체험으로 회심한 바울의 전도여행은 수많은 설교를 우리에게 남겨주었고, 예수님을 믿는 믿음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 스물두 살에 체포된 퍼페투아는 칼로 순교를 당할 때까지 결코 잠잠하지 않았다.(이 책에서 그의 자조적인 고백들은 모두 증언 형태로서의 설교로 보았다.) 또한, 초대교회 동방과 서방의 유명한 교부들의 말씀에 대한 선포와 해석은 이미 그 시대 교회 공동체에 성서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며 전통으로 남게 되었다. 그리고 중세를 지나 종교개혁의 수많은 지도자들과, 이후에 역사의 변화와 흐름에 따라 나타난 영적 대각성운동의 중심에는 하나님의 사람들인 설교자들이 있었다.
이 책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그러한 설교 선배자들의 이야기와 설교학적 특징 등을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20명의 쟁쟁한 인물들이 연이어 소개되기 때문에 다소 지루해질 수 있는 구성을, 설교의 시대적인 흐름과 특색에 맞게 구분하여서 전체적인 흐름을 의식하며 쉽게 따라올 수 있게 배려해주었다. 또한 전체적인 배경 설명을 시작으로 ‘설교론의 배경’, ‘설교의 사례’, 마지막으로 ‘설교론의 의미’를 중간단락 단위로 분류함으로써, 독자들은 설교론이라는 생소하고 지루할 수 있는 학문의 영역을 역사적인 흥미와 관심만으로도 충분히 빠져들 수 있도록 이끌어 주었다.
한국 교회는 일찍이, 설교를 하나님 말씀의 그 자체로 여기고 설교자를 하나님과 가까이 있는 신령한 사람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것은 분명 순수한 신앙의 표현이기도 했지만, 조금은 지나치고 기울어진 신앙의 모습이라고도 생각되어진다. 이 책과 같은 시도들이 많아질 때 그러한 오해들로부터 우리들 스스로가 어느 정도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시대적인 정황과 함께 설교자의 삶의 정황(Sitz im Leben)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설교는 오늘 나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그저 받으면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공자로서 설교란 과연 무엇이고 어떻게 준비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이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과 함께 소개된 인물들의 신학적인 특색과 정신들을 조금 더 자세하게 소개해주었어도 괜찮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갈수록, 소개되어 가깝게 다가오는 설교 선배자들과 함께 하나님의 마음을 누리고 대화하고 공감할 수 있었던 부분은 정말 가장 좋았던 것 같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