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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가 올 때마다 주워간다 - 쏭즈 에세이
쏭즈 지음 / Storehouse / 2020년 3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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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
일 년의 계획은 봄에 있다.
사계 중 봄은 1년의 시작과도 같은 계절이다.
봄은 당신의 1년을 응원하는 계절인 것이다. 23p
하늘을 올려다볼 때마다
뭉게구름 열차가 눈에 들어오는 그런 하늘.
저 구름은 계절이라는 시간을 나에게 내던져놓고
다시 바람을 타고 떠나버린다.
그리고 또 다른 계절이라는 시간을 실어
또다시 내 눈앞에 잠시 멈춰 설 것이다.
그때마다 나는 그 계절이라는 시간을 주워 담는다. 93p
여름 🔖
방문을 열고 이미 빛이 곳곳에 스민
거실의 아침을 눈에 담는다.
강하게 비춰대는 해님 덕분에 거실 여기저기서
반사광이 눈을 어지럽힌다. 101p
가을 🔖
지난 밤의 열기가 가신 시원한 공기 입자가
나의 등을, 어깨를 토닥인다.
자는 동안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주고,
팔과 다리를 쓸어내린다. 136p
겨울 🔖
한해의 문턱을 사이에 두고 과거로 과거로,
지금의 나를 쓸어내고 있다.
그 과거의 조각들을 차곡차곡 기억의 상자에 담아
겨울이면 습관처럼 하나하나 세어본다. 176p
아무 생각 없이 멈춘 시선에서 그때의 바람 냄새가 난다.
바람 냄새를 맡고나니, 그때의 온기마저 내 손에 쥐어져 버린다. 18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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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지나갔던 소소한 일상들의
소중함을 느끼며 사는 요즘,
그래서인지 그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섬세하게 하나하나 터치해 준 작가님의 글에 더 빠져들었다.
나는 언제나 그 계절의 변화 속에서 살고 있었고
사진으로나마 남겨두는 것이 전부였는데
바쁘게, 또는 정신없이 살아가느라 여태 잊고 있었던
내 계절을 찾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체육대회로 떠들썩했던 봄날 캠퍼스의 대운동장 냄새,
유난히도 더웠던 그해 여름 동네 뒷산
작은 폭포에서 떨어지던 시원한 소리,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지키지 못한 내내 미안했던 그 약속은
영화 건축학 개론을 세번이나 보게 만든 아련한 기억,
계절과 함께 흘려보냈던 기억의 단편들을 하나씩 꺼내보는
아주 소중한 시간이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