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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태양보다 밝은 - 우리가 몰랐던 원자과학자들의 개인적 역사
로베르트 융크 지음, 이충호 옮김 / 다산북스 / 201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1920년대, 유럽. 과학자들은 다양한 실험을 통해 원자핵이 분열 가능하다는 사실, 그리고 그때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중성자를 이용해서 원자핵을 쪼갰을 때, 여분의 중성자가 방출되면서 또 다른 원자핵을 갈라지게 하고, 이러한 연쇄 반응을 통해서 거대한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도. 이 원리를 이용하면 지구에 모습을 드러낸 적 없던,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강력한 힘을 가진 무기가 만들어지리라는 것도.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면서 독일은 연합군에 맞설 강력한 무기를 만들기 위해 애썼고, 독일 과학자들은 핵분열을 이용한 핵무기 만들기에 착수했다. 미국은 나치가 핵무기를 만들면 큰 재앙이 초래할 것임을 알려 독일보다 더 빨리 핵무기를 개발하는 데 전력을 다했다. 독일이 핵무기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이 밝혀졌지만 미국은 멈추지 않았고, 결국 1945년, 세계를 경악시킨 핵폭탄이 일본에 투하되며 그 등장을 알렸다. 천 개의 태양의 빛이 하늘에서 일시에 폭발한다면, 그것은 전능한 자의 광채와 같으리라고, 누군가 그 광경을 바라보며 읊었듯이.
<천 개의 태양보다 밝은>은 원자핵과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순수와 학문에 대한 열정과 탐구로 밤을 지새우며 원자와 ‘사랑에 빠진’ 시대부터, 정부의 압재 하에 오직 승리와 나라만을 위한 대규모 핵무기 개발을 해야만 했던, 결국 비극적으로 끝나버린 그 이야기를. 새로운 발견에 기뻐하던 것도 잠시, 그 발견이 곧 누군가의 죽음과 세계를 멸망시킬 수도 있는 위력에 도덕적으로 고뇌하며 지구의 미래를 걱정했던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핵무기의 시작, 그리고 그 끝을.
그 좁은 법정에서는 비단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운명만 논의된 것이 아니었다. 원자력 시대가 시작되면서 과학자들이 직면한 새로운 미해결 문제들과도 관련이 있었다. 사회에서 그들이 담당해야 할 새로운 역할, 자신들이 만들어내는 데 일조한 테러의 기계화와 대테러 조치로 위협받는 세계에서 살아가는 불안,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전에 모든 과학이 성장하는 바탕이 된 윤리적 믿음 체계의 상실과도 관련이 있었다.
그들의 운명은 얼마나 역설적인 것이 되고 말았는가! 정치적 폭풍의 중심으로 끌려들어간 그들이 부름에 응한 것은 무엇보다도 혼란스러운 무법 상태인 세계에서 도망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더 포괄적인 진리를 발견하려고 애썼던 사람들이 결국에는 자기 생애의 황금기를 점점 더 완벽한 파괴 수단을 발견하는 데 쏟아부은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었던 말인가?
핵무기가 만들어진 과정과 그 배경 역시 무척 흥미로웠지만, 가장 주의 깊게 읽은 파트는 윤리적인 부분을 고뇌하며 핵무기를 만들어 낸 과학자들의 이야기였다. 혼란스러운 시대를 끝내기 위해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더 큰 혼란을 야기한 핵무기의 등장. 북한의 핵무기와 관련하여 끊임없이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요즘, <천 개의 태양보다 밝은>을 통해 핵 그리고 도덕과 윤리적인 모순을 떠올리게 되었다.
핵의 무시무시한 힘과 더불어 그 이로운 점과 위험한 점은 핵무기가 탄생되던 때부터 계속 상기되곤 했다. 북핵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요즘, 틀림없이 그 경각심을 일깨워줄 수 있는 책이지 않을까. 누군가 명시했듯, 우리는 이 한 가지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한다. 인류는 우리가 발견하고 개발한 것과 같은 새로운 에너지원이 필요하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장래에 이것을 파괴적 목적이 아니라 평화적 목적으로만 사용하도록 조심하는 것뿐이다, 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