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 가을 헤세 4계 시리즈
헤르만 헤세 지음, 두행숙 옮김 / 마인드큐브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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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깜짝 놀란 영혼 속에 불안스레 소원이 하나 자란다. 너무 생존에 집착하지 말고, 나무처럼 시들어가는 것을 체험하고, 그 영혼의 가을에도 기쁨과 색채가 있었으면 하는 소원이”(13).

 내가 헤르만 헤세의 수필들과 시들을 통해 느낀 것은, 그는 확실히 여름을 더 사랑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선선한 날씨가 찾아와 여름의 끝을 알리게 될 무렵이면 평소에 헤세가 즐기던 일들, 예를 들면 보트를 타거나 집 밖 정원에서 근사한 식사를 한다든지 하는 것들을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봄과 여름보다는 가을과 겨울을 선호한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봄도, 푸른 계절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여름이지만, 조용하고 왠지 분위기 있는 느낌을 선사하는 가을과 온 세상이 고요한 것 같은 착각을 주는 겨울이야 말로 평소에 경험할 수 없는 것을 경험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만들기 때문인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계절인 가을을, 헤르만 헤세는 과연 수필과 시들로 어떻게 녹여냈을까. [헤르만 헤세, 가을]을 통해, 나는 그저 [데미안]과 [수레바퀴 아래서], [싯다르타] 등 유명한 몇몇 작품들을 써낸 작가이고, 노벨문학상 수상자라고만 여겼던 헤르만 헤세라는 한 사람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가을과 관련된, 또는 가을에 대해 쓴 그의 시들과 글들을 모아 놓은 [헤르만 헤세, 가을]을 읽다 보니, 헤르만 헤세가 정말 뛰어난 관찰력의 소유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헤르만 헤세와 나의 차이점은 바로 그 관찰력에서부터 오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정말 신비롭고 놀라웠던 것은, 내가 그저 가을의 풍경을 바라보며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 하지만 표현할 수 없었던 그런 감정들과 기분들을 헤르만 헤세는 글로, 또 그림으로 표현해 내었다는 것이다. 사실 추상적이라 표현하기도 쉽지 않은 감정들을 어떻게 글로 풀어썼을까? 계속 작가의 역량에 감탄하면서, 역시 헤르만 헤세라는 생각과 함께 읽어갔던 책이다.

 “저녁 산들은 이제 파란 띠로 이어져/금빛과 붉은 빛을 내며 꿈을 꾼다,/마치 주위의 드넓은 땅 위에/순수한 광채와 기쁨이 감도는 듯이”(37).

 그의 글들은 하나하나가 살아 움직이는 것 같고, 눈앞에 그가 설명하는 풍경이 펼쳐지는 듯 할 정도로 섬세하고 서정적인 묘사가 주를 이룬다. 그가 설명하는 아름다운 배경들을 읽고 있는 것만으로 해도 큰 위안과 힐링을 선사할 만큼 읽는 내내 마음이 편안했다. 왜 헤르만 헤세의 작품들이 아직까지도 사랑을 받고 있는 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점점 깊어가는 가을을 헤르만 헤세의 수필들과 시들과 함께 맞이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풍족한 가을을 누릴 수 있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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