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 - 엄마라는 이름의 나의 구원자
사카모토 유지 지음, 이선희 옮김 / 부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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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박스에 관해 이야기하며) 일곱 살이라도 들어갈 수 있나요? 키가 104센티미터여도 들어갈 수 있나요? 흔히 부모가 아이를 사랑하는 것을 ‘내리사랑’이라고 표현한다. 자녀는 부모를 잊을지언정, 부모는 아이를 절대 잊을 수 없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부모를 먼저 떠나보내고, 남편을 먼저,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사람을 칭하는 단어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만, 자녀를 자신보다 앞세운 부모를 일컫는 단어는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보다도 더 큰 불행은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못 박듯이. 그렇지만 우리는 과연, 세상은 과연, 이들에게 ‘자녀를 사랑하라’고, 모성애를 가지라고 강요할 수 있을까.


부모와 자식은 자기 마음대로 선택하는 게 아니야. 그냥 만나지는 거지. <마더>에는 다섯 명의 엄마가 등장한다. ‘평범하지 않은’, 조금 특별한 선택을 한 다섯 명의 엄마들이. 그들은 제각기 다른 방식의 사랑 가지고 있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하나뿐인 딸을 지키기 위해 남편을 살해하고 15년 형을 선고받은 엄마. 친모에게 버림받아 양모에게 길러져 ‘엄마가 되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지만 결국 엄마가 되기로 선택한 엄마. 양딸을 친딸과 함께 똑같은 사랑으로 기른 엄마. 친딸을 학대하고 법정에 서서 ‘저를 사형시켜 주세요’라고 요구하는 엄마. 아이를 낳기 전, ‘과연 내가 이 아이를 사랑할 수 있을까?’고 자신의 모성애를 의심하는 엄마.


<마더>가 꼬집어내듯, 사회가 그러하듯, 나도 모르게 언제부터인가 엄마들에게 모성애를 당연하다는 듯이 강요했다. 입을 꾹 다물고 있었던 것도, 방관했던 것도, 결국은 그들의 편을 들어주지 못했으니 ‘강요했다’는 말로 표현할 수밖에. 엄마니까 일도, 사랑도, 꿈도 다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고. 엄마니까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엄마니까, 엄마니까, 엄마니까. 사회적인 시선과 세상이 요구하는 모성애에 자신을 끼워 맞추며, 현실이 녹록치 않을 때 좌절하고, 분노하고, 슬픔이라는 감정에 휩싸여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모습을 엄마들의 모습을 보았다.


가정폭력, 아동학대, 입양, 유괴, 한부모가정, 미혼모 등을 다룬 대본집 <마더>. <마더>에서는 어머니의 존재만 부각될 뿐, 아버지는 등장하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이다. 그 이유를 나 홀로 생각해서 나름 그럴듯한 가설을 하나 만들어보게 됐다. 인식이 조금씩 개선되어지고 있기는 하나, 아직까지 대한민국에서 육아는 여자의 몫이고, 모성애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를 키우는’ 행위에서 당연하다는 듯이 여자가, 엄마가 등장한다. 이런 차별을 역설적으로 만들어 모성애가 없는, 아이를 원하지 않는 엄마를 만들어내서 세상에 질문을 던진다. 엄마라는 존재는, 모성애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이냐고. 왜 강요하느냐고.


소설과는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는 대본집을 훌륭한 작품으로 처음 만날 수 있어서 무척 기뻤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모성애에 대해서, 빈번하게 들려오는 아동학대에 대해서 좀 더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때론 눈물을 흘리고, 때론 화도 내며 공감했던 대본집 <마더>. 나만의 영화 한 편이 머릿속에 상영되듯, 술술 읽혔던 책으로, 또 훌륭한 책으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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