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끓다 - 베테랑 특파원이 2년여 테러현장을 누비며 목숨을 걸고 취재한 진짜 인도의 정치·사회·문화 에센스
이재강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 " 책을 펴는 순간, 지금까지 당신이 알고 있던 인도는 없다."

 

 류시화 시인의 '하늘호수로 떠난여행'에서의 인도를 기억하는가. 무조건 '노플라블럼!'을 외치던 순수하고

 낙천적인 인도인들을. 나는 적어도 그렇게 생각했다. 신분제라는 낡은 체제 속에서도 불평없이 자신의 삶에

수긍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그래서 인도는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더운 날씨에도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뚝배기 같은 나라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알고부터는  인도가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 인도의 정치는 선진국의 정치보다 인간적이다.

 리비아에는 '비행금지구역'이, 중국은 '취재금지구역(공식적 발표는 아니지만..)'이 정해진 불안한 국제 정치 흐름 속에서 유난히 고요하게만 느껴지는 그들의 정치 분위기. 하루가 멀다하고 서로를 비하하고 끌어내리려는 더러운 정치판을 보고 지내야만 하는

현 시점에서 12억 인도인들의 추앙을 받았던 인도 정치인이 있다. 인디라 간디와 그의 며느리 소냐 간디.

과거 군부독재 시절이나 다른 나라의 독재자들이 행했던 권력을 위한 탄압과는 다르게 인디라 간디는 자신의 행위를

국민에게 심판받기 위해 스스로 독재자의 자리에서 내려왔다. 물론 그 후 파장은 예상되었던 일이었지만,  정치인으로서의

그녀의 양심과 절차는 인간적이었고 인도 국민들 또한 정당하게 그녀를 심판하고 인정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간디라는 가문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인디라 간디의 며느리 소냐 간디는 가문의 뜻을 잇기 위해 총리직이라는 타이틀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가난한 국민들을 위한 적극적인 활동을 하기도 한다. 자신에 손에 들어온 권력이라는 달콤함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리저리 멋대로 휘두를 수 있는 권력이라는 거대한 창을 가지려 서로를 물고 뜯는 것에 더 익숙한 정치판이다.

간디 가문의 정치 노선은 어느 나라의 정치보다 인간적이다. 잘먹고 잘살기 위한 정치 목표를 기본으로 하되, 가진자들을 위한

정치가 아닌 국민의 대다수를 이루고 있는 가난하고 약한 자들을 위한 그들의 진정한 정치적 양심이 12억 인도인들의 마음을

잡은 것이 분명하다.

 

#. 종교, 민족주의의 갈등. 그리고 인도인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주인공 자말의 어머니가 죽은 이유도, 세계적 평화주의자 간디가 암살당한 이유도 모두 종교와 민족주의라는 갈등이 빚어낸 인도의 쓰디쓴 현실이다. 인도의 정치적 흐름은 꽤 민주적인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후진국이라는 이미지를 씻어 내지 못하고 여러 갈등이 발생하는 요인은 바로 종교와 민족, 카스트 제도라는 신분제일 것이다.

 12억 인도인들을 분열시키는 굉장히 민감한 요인들은 개인적이라기보다는 조직적이고 집단적이기때문에 일반 시위나 싸움의 개념과는 큰 차이가 있다. 힌두-무슬림간 갈등은 극단적인 행위로 표출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심지어 몇 천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키기도 하고 보복성을 띄기 때문에 장기간에 걸쳐 지속된다.

인도인이라는 이름으로 인도라는 성지에 살고 있지만, 종교라는 신념과 신분이라는 벽으로 융합되지 못하는 인도인들.

불가촉천민 출신의 정치인이 우상화와 부패의 꼬리표를 달고 다니는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서 인도인이라는 커다란 정체성을 자각하지 못한 채 종교만을 운운하는 인도인들의 눈과 귀가 트일 때, 그때의 인도는 지금과 사뭇 다르지 않을까.

 

  내가 나고 자란곳이 아닌 제3국에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을 이해하고 통찰 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내 멋대로 해석하기는 쉬운 일이지만 객관적인 시각에서 보기는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 인도라는 태양의 열기와 12억 인도인들의 종교적 열망이 가득한 땅에서 2년 여의 시간동안 인도인들의 정치, 문화를 지켜보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음을 안다.  때로는 잔인하게, 때로는 순수하게, 때로는 안타까웠던 이 이야기들을 나는 여전히 이해하기 쉽지 않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적어도 인도라는 나라의 내면을 훑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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