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다 보면 어떤 문장에 오래 눈길이머문다. 한 줄짜리 문장에 가슴이 쿵 내려앉을 때도 있고, 시의 제목과 작가는다 잊었지만 구절만은 남아서 평생 잊히지 않을 때가 있다. "모든 경계에는 꽃이핀다", "슬픔이 없는 십오초"처럼 시의문장이 그대로 제목이 되어 나오면 그 시집은 사지 않을 수가 없다. 읽는 순간 그것은 그대로 내 삶의 표어가 된다. 비록몸으로는 살지 못하고 그저 마음뿐이라해도, 그 문장이 있어 삶은 잠시 빛난다.
반딧불 같은 그 빛이, 스포트라이트 한번 받은 적 없는 어둑한 인생을 살 만하게 만든다. 그 빛을 잊었을 때조차 잔영은 남아 길 잃은 걸음을 비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