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02
허버트 조지 웰즈 지음, 임종기 옮김 / 문예출판사 / 201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웰스의 거시적 안목의 결정체인 데뷔작. 

  흔히, 과학소설(Science Fiction)의 선구자적 작가로 알려져 있는 허버트 조지 웰스는 우주전쟁과 투명인간 등의 작가로 익히 알려져 있지만 그의 작가적 출발 시점을 인지해 볼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바로 이 데뷔작인 타임머신이다.

  과학소설은 단지 그 배경의 특수성과 전문적인 과학 용어가 범람한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가설과 논증을 체계적으로 설명해나가고 소설적인 상상력에 이러한 객관적인 근거들을 주제 요소로 부각시키는데 의의가 있음을 이 소설에서 보여주고 있다.

  작가 자신의 분신이기도한 주인공인 ‘시간여행자’는 19세기 말엽의 빅토리아 시대를 살아간 여러 지식인들(편집장, 의사, 심리학자 등)에게 도저히 현실 불가능으로 여겨지는 이론들을 설명해 낸다. 바로 유한적인 시간의 공간을 뛰어넘어 4차원 세계에서도 인간의 이동이 가능하다는 이론은 처음엔 터무니없게 받아들이지만 ‘시간여행자’의 믿기지 않는 시간 여행담을 듣게 되며 이들은 혼란 속에 빠지게 된다.

  바로 정교하고 치밀한 과학적 추론을 근거로 한 무한적인 상상력의 담론은 이 소설의 주제의식이다. 또한, 웰스는 이러한 장치를 통해 당시 엄숙한 윤리관 속에 억압돼 있었던 시대적 상황을 풍자하기도 한다.

  그리고 작가가 통찰하고자 하는 결정체는 단지 80만 2701년이란 미래의 배경 속에서 나타나는 사건들만이 아니다. 바로, 시간 여행은 단순히 지구란 한정된 공간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넓고 끝없는 우주 속의 한 지점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강조하고 있다.

  무려 80만 2701년이 흘렀어도 우주적인 관점에서 보면 세차운동(지구의 자전축 운동)은 40회 밖에 일어나지 않았다는 주인공의 독백은 이 소설의 무거운 주제를 암시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렇듯 시간여행을 시대의 역행과 미래의 관통이란 단순한 구조로 보지 않고 우주적인 관점을 꿰뚫는 거시적인 안목은 이 소설의 생명력을 더해주고 있으며 앞으로 발표하게 될 ‘우주전쟁’에서는 그러한 웰스의 방대한 상상력이 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


  2. 인류의 영원한 계층간의 불화와 인류 진화론의 암울한 묵시록.

  주인공이 타임머신을 이용해 목격한 80만년의 미래는 산업화와 계층간의 경쟁, 그리고 국가와 종교 간의 갈등 등, 인류의 영원한 대립 과제들이 묘연해진 세계였다. 어린아이 같은 천진난만한 사람들과 분쟁과 대립이 전무한 미래, 게다가 생존의 조건이 이루어진 세계라서 이들은 치열한 경쟁이나 개인의 욕망적 분출구마저 사라진 상태였다.

  이것은 표면적으로 봤을 때, 지상낙원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만 이 동전의 뒷면에 보이는 그림자는 너무나 무서운 것이었다. 시간여행자의 독백대로 이렇게 평화스러운 나날을 보내는 이들은 들판에서 풀을 뜯는 소들과 다름없는 존재였다. 엘로이족이라 불리는 이들은 지하세계에서 생활하는 몰록족의 길들여진 사냥감이라는 엄청난 진실은 주인공을 혼란에 몰아넣는다. 웰스가 나타낸 이러한 설정은 인류사에서 영원히 존재해온 계급사회가 극단적인 형태로 진화하면 어떤 형태로 변이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또한, 미래의 암울한 상황을 통해 현실을 반추해보고자 했던 웰스의 취지도 고스란히 녹아있다. 19세기 말엽에 나타났던 지배계층의 모습이 먼 미래에서는 이렇게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서 인류사에서 지속적으로 반복되어온 계급간의 갈등이 아득히 먼 미래사회에서 어떻게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을지를 풍자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지구가 폐허가 되는 모습마저 목격한 시간여행자는 결국, 편안하고 분쟁이 없는 사회를 건설하고자 노력한 인간의 결과물이 어떻게 완성되었는지를 극명하게 목격하게 된다. 또한 웰스는 환경파괴와 지구상에 존재한 여러 종들의 멸종으로 인해 미래 사회가 보여주는 것은 인간이 꿈꾼 유토피아가 아님을 이 소설을 통해 나타내고 있다.

  이렇게 단순히 독특한 상상력에서 그치지 않는, 과학적인 일관성에 바탕을 둔 웰스의 데뷔작은 시간여행에 필요한 구체적인 매개체(타임머신이란 기계)를 탄생케 했으며, 타임머신을 통해 먼 미래를 관통한 시선은 바로 웰스 자신의 시대이자,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반추해 보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

  암울한 미래의 모습이 그려진다고 해서 이 소설에 낭만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바로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싹트는 인류애는 시간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주인공의 주머니 속에서 나타난 꽃송이를 통해서 나타난다.

  타임머신은 미래의 불확실성에 늘 불안해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새롭게 반추해보고, 웰스의 거시적이고 독특한 상상력에 초대받기에 더없이 좋은 입문서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