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나 - 세르주 갱스부르와 제인 버킨, 그 사랑의 기억
베로니크 모르테뉴 지음, 이현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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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르주 갱스부르와 제인 버킨, 그 사랑의 기억'이라는 소제목을 보고, 그들의 러브 스토리를 신격화하고 추앙하는 책이겠거니 하고 의레 짐작했다. 여전히 인스타그램의 프렌치 스타일 계정에서는 그들의 아름다웠던 60년대 후반~70년대 사이의 커플 사진이 종종 올라오고, 샬롯 갱스부르는 프렌치 시크의 대명사로 많은 사람들에게 롤모델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몇십년이 지나도 여전히 세련되고 아이코닉함을 유지하는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가 어찌 완벽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러한 믿음은 책 도입부에서부터 한번 얻어맞게 된다. 각자 이혼의 경험이 있었고, 갱스부르는 몇달 전 세기의 여배우 브리짓 바르도와 짧지만 강렬한 관계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한 채였다. 심지어 그들은 오랜 기간 함께 하면서 질투하고, 바람도 피고, 폭력을 휘두르기도 하다가, 결국 헤어진다. 거기다가 갱스부르의 오만하고 이기적인 성격까지 더하면,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도저히 바람직한 커플이라고는 볼 수 없다.

  그렇지만, 이 책을 '세르주 갱스부르'와 '제인 버킨'이라는 각기 다른 개인에 초점을 맞추고 본다면 어떨까.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는 완벽한 관계 아니었을까. '게으름과 무심함, 무기력의 혼합물'이었던데다 BB와의 관계가 끝난 후 텅 비어버린 갱스부르의 마음을 어루만져 준 버킨과, 풋풋하고 어딘가 소년같은 느낌도 풍기는 갓 스물을 넘긴 아가씨를 세기의 아이콘으로 만들어 준 갱스부르. 어떤 챕터에서는 갱스부르 혹은 버킨만 다뤄지기도 하고, 혹은 둘이 아닌 주변 인물만을 조망하기도 하는 산만해보이는 구성은 '사랑의 기억'이라는 측면에서는 주제와 벗어난 것으로도 보이지만, 세르주 갱스부르와 제인 버킨이라는 개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챕터일 터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양쪽 중 한 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른 한 명에 대해서 이해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두 개의 나' 라는 제목도 이런 측면에서 이해해본다면, 하나의 커플이 아닌 각기 독립된 존재의 둘을 강조하면서도, 그 둘을 완전히 분리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의미가 담긴 게 아닐까. 연인관계가 끝난 이후에도 둘은 종종 만나서 협업하고, 심지어 갱스부르가 죽은 이후에도 제인 버킨은 여전히 갱스부르의 곡을 부른다. (2012년의 내한공연의 제목이 무려 '제인 버킨과 세르쥬 갱스부르'였다) 그들은 서로에게 유일한, 가장 열정적인 사랑은 아니었지만 서로를 채우고 만들어준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정말 세기의 커플이라는 수식어가 합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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