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작은 가게에서 어른이 되는 중입니다 - 조금 일찍 세상에 나와 일하며 성장하는 청(소)년들의 이야기
박진숙 지음 / 사계절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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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씩씩이 작가님.

<우리는 작은 가게에서 어른이 되는 중입니다>를 읽으며 ‘소풍가는 고양이’를 운영하고 학교 밖 청소년과 호흡해 온 씩씩이 작가님의 경영철학에 경의를 표합니다. 임용고시생, 기간제 교사를 거치며 교직관에 대해 고민할 때 주변에서 시험을 붙으면 고민하자, 정교사가 된 뒤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라며 주변의 조언과 스스로 다독이던 시절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멘토와 멘티의 관계, 경영인과 직원의 관계, 업체와 고객의 관계 등 우리는 많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데, '나'와 ‘나’의 관계를 찾는 시기인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어른의 모델이 되어주기에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을지.

저는 사실 작가님의 책을 읽으며 저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야간 자율학습이 자율이 아니고 왜 강제인지 질문했다가 “하라면 하는 거지 왜 따지냐.”는 선생님의 답변에 무안을 당했고, 학교 폭력에 노출되었을 때 “좀 참고 기다려 보라.”며 아무런 조치도 취해 주지 않는 선생님에게 수업을 받아야 했다.(162쪽)



지금 저는 직업계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일반계 고등학교에 재직할 당시를 떠올려보면 그 당시에는 정말 쉽게 생각하는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학교가 싫으면 자퇴하면 그만이지. 사회에 나가서 중졸 학력의 제약을 몸으로 느껴봐야지. 대학 가기 싫으면 고졸 취업하면 되지.'

지각, 결석, 학교폭력, 자퇴 등 학생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저 스스로에게, 주변 선생님에게 사이다를 나눠마시듯 이야기 했지만 참 가볍고 안일한 생각이었습니다. 학교 안에서 학교의 문제를 직면하지 못했습니다. 학생마다 학업 중단의 이유는 각양각색이었고 그 중에는 사춘기의 자아 탐색도, 진로에 대한 두려움도, 소년가장의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작가님께서는 다양한 청소년들과 함께 공동의 목표를 찾아 실행가는 과정에서 '네가 그만 두면 나는 놓아주면 그만이다'라는 생각을 하신 적이 있을까요? 가장 빠르고 쉬운 해결책이 사실은 모범적이거나 추천할 만한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은 상담자뿐만 아니라 내담자도 느낄테니까요.

어른이란 무엇일까요? 한 사람이 자신의 몫의 삶을 온전히 책임질 수 있는 성숙한 존재. 그러한 성숙이 완성되어야만 한다면 저는 약 30년이 남지 않은 교직생활동안 어른스러운 어른이 될 수 있을까요? 학습의 조력자이자 전달자이자 평가자로서의 교사가? 작가님의 책을 읽는 동안 선생이 되는 길은 어렵구나 다시 한 번 느껴봅니다.

다음에는 ‘소풍가는 고양이’의 새로운 이야기, 씩씩이 작가님의 새로운 도전을 또 만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ps. 책 첫머리에 등장인물 소개에서 한 번 겁을 먹었었는데 읽다보니 술술 읽혀서 지레 먹은 겁에 대해 후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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