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불편한 용서
스베냐 플라스푈러 지음, 장혜경 옮김 / 나무생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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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0년이 지났으나, 용서를 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아예 만날 일이 없다면 잊어버리고 마는데 가끔 만날이 있어서 만나게 되면 너무도 어색하고 힘이 든다. 머릿속으로는 벌써 예전에 용서를 했는데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다시 그 사람과의 힘들었던 일이 생각나고 너무 화가 난다. [조금 불편한 용서]를 통해 진정한 용서를 배우고 싶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저자 스베냐 플라스푈러가 열네 살 때 엄마가 집을 나갔고 세 번째 결혼을 했다. 초반에는 엄마가 아이들을 보러 왔지만 얼마 못 가 중단되었다. 그녀는 한 번도 무례하게 엄마를 힐난한 적이 없었고, 대놓고 증오한 적도 없다. 그러나 언젠가는 엄마가 벌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소망, 내가 아니더라도 적어도 신이 그녀를 복수해 주면 좋겠다는 소망을 늘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고 한다. 어쩌면 이 책은 자신의 엄마를 진정으로 용서하기 위해 쓴 책이 아닌가 싶다.

 

 

  용서는 선물이다. 베푸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관용의 미덕에, 받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겸양의 미덕에 의지하는 행위가 용서다. 우리는 매일 큰 고민 없이 일상적으로 용서를 한다. 그러나 진정한 용서는 가장 큰 죄에만 해당된다. 자크 데리다 "용서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사실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사실상 그것이야말로 용서해야 하는 유일한 것이 아닙니까? 그것이야말로 용서를 요청해야 하는 유일한 것이 아닙니까?"

 

- 용서는 이해한다는 뜻일까?

- 용서는 사랑한다는 뜻일까?

- 용서는 망각한다는 뜻일까?

 

이 책은 위의 세 가지 질문을 던지며 철학적, 도덕적, 심리적으로 풀어가고 있다. 그리고 각 장의 끝부분마다 중범죄를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매우 감정적인 나에게는 무척 어려운 편이었다. 내용이 많지는 않았지만 읽을 때는 동의되나 깊은 생각을 하게 되고 오랜 시간 읽은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용서의 다양한 뜻과 다양한 의미를 배울 수 있었다. 죄를 용서받고자 하는 사람은 자백하고 진정한 참회를 해야 하고 용서를 하는 사람은 자신이 용서해야 하는 사건을 정확히 기억해야 한다. 사건의 흔적은 정성껏 보관하고 죄는 망각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죄는 잊히고 용서를 통해 우리 자신은 정신적으로 건강해질 것이다. 가볍게 생각했던 용서가 참 쉽지 않음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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