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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슨달
하지은 지음 / 드림노블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솔직히 말해서 얼음나무 숲 같은 걸 기대했다. 여기서 기대했다는 것은 얼음나무 숲의 아류작 같은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읽으면서 충족된 묘한 충만감을 말한 것이다. 얼음나무 숲 이후에 나온 모든 책들을 그런 기대감을 가지고 봤고, 모두 다 실망했다. 그래서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기분으로 구입한 책, 녹슨 달.
초반은 무척 좋았다. 문장이 는 것이, 전에 비해 더 섬세해지고 읽기 편했으니까. 거대한 성당의 벽화를 둘러싼 시대 배경도 마음에 들었고, 파도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관계도 매력적이었다. 200페이지 넘게 단숨에 읽었던 것 같다. 그러나 갈수록 왜?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고 결국 마지막 회색 페이지에서 살짝 화까지 났다. 전체적으로 마음에 든다, 였는데 결말에서 별을 두 개나 빼지 않을 수 없었다.
읽은 뒤에 생각해보니 여러가지로 아쉬운 점이 많다. 언뜻 거창해 보이는 시대 설정이 녹아내리지 못하고 겉돌았던 점이 첫번째로 아쉽다. 소설 안에서 유독 붕 떠있다가 붕 뜬 채로 사라진 키리오란 존재도 아쉽다.
얼음나무 숲을 재밌게 봤고 그 후에 나온 작품들에서 실망했다면 이번 작품은 좀 더 얼음나무 숲의 그 느낌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적어도 결말을 보기 전까진. 그래도 역시 책은 무척 재밌게 읽었기에 다음 작품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