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워리 상담넷 : 불안을 주세요, 안심을 드립니다 - 오늘도 잠 못 드는 부모를 위한 자녀교육 솔루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지음 / 우리학교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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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불안’이라는 감정만큼 힘이 센 것도 없을 것이다.


아이가 영유아 시기였을 때 유난히 작은 아이의 몸무게 걱정을 하다가, 그런 글을 보았다. 아기 때는 몸무게 비교하다가, 학교에 갈 즈음에는 한글 언제 뗐나 비교하고, 학교에 가서는 성적으로 비교한다고. 앗차,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나는 아이의 고유함을 인정하고, 그에 감탄하는 부모가 되고 싶은데. 아이를 위한다는 걱정이 참 쉽게 ‘비교하는 마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내게 경각심을 주었던 것 같다. 짧은 경력이지만 아이 낳기 전에 상담 일을 하면서 ‘비교하는 마음’이 불행의 씨앗이 된다는 것을 목격했었기 때문이다.


불안은 비교로 이어지고, 비교는 다시 불안을 낳는 굴레. 스스로 하는 비교도 그러한데, 타인이 내게 가하는 비교는 얼마나 마음 아픈지. 비록 그 타인이 나를 사랑한다고 하는 부모라고 할지라도. 그래서 나는 걱정을 놓아버리기로 했고, 불안을 멀리하기로 다짐했다.


그러나 아이들을 비교하기 좋아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나는 비교하지 않을거야, 불안해하지 않을 거야’를 지키고 사는 것은 스스로 애써야 하는 일 같았다. 나는 나의 다짐이 옳다는 증거를 찾아나가야만 했고, 다행히도 증거들은 나의 다짐 여부와는 상관없이 내 주변 곳곳에 살아있었다. 그것을 보고자 하는 사람에게만 자기를 보여주겠다는 것처럼. 그러니까, 불안으로 아이들을 밀지 않고도, 아이를 향한 믿음이 아이를 자라게 한다는 그 증거.


내가 자연스러운 아이의 자생력을 믿지 못하고, 애써 그 증거를 찾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것이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커다란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나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회원으로 가입했다. 그리고 우리 아이에게 실제로 ‘한글’이라는 첫 관문이 다가왔을 때, 지역모임에 나가기 시작했다. (이 책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라는 교육시민단체의 상담글을 모은 책이고, 나는 그 단체의 회원이다.)


우리나라 교육문제를 둘러싼 주제들은 셀 수 없이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부모의 불안’은 당사자가 다짐하면 당장 변화할 수 있지만, 당사자의 다짐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장 변화하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유명하고 훌륭한 사람까지는 아니더라도 자기밥벌이를 스스로 하고,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떳떳하게 인정받는 존재로 키우고 싶은 것이 많은 부모들의 당연한 바람이니까. 각자도생의 사회, 돈이 최고인 자본주의 시스템은 부모들의 당연한 바람을 불안으로 연결되게 만든다.


그러나 우리가 사회를 탓하는 그 시간에도 아이들은 자라고 있다. 그냥 자라는 것이 아니고, 부모가 내게 어떤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예민하게 느끼며 그것들을 내면화하면서. 한 인간의, 성장의 모든 책임을 부모에게 지우고 싶지는 않다. 인생은 그리 단순한 게 아닌 듯 하니. 그러나 부모는 아이에게 중요한 존재임이 확실하다. 그렇기에 부모의 불안은 지금 바로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에 <불안을 주세요, 안심을 드립니다>라는 제목을 붙인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불안은 우리가 맡을테니, 부모인 당신은 안심을 가져가라는 따뜻한 말. 그래서 안심하는 마음으로 아이를 봐달라는 당부의 말.


노워리상담넷의 상담사례들로 구성된 이 책은 줄곧 그것을 이야기한다. 부모의 교육관, 학습태도 및 공부습관, 수학학습, 영어학습, 국어학습 및 독서습관, 생활심리: 생활습관 & 사회생활 및 친구관계, 미디어 생활 등 주제별로 부모의 고민과 상담위원들의 상담글을 모았다. 상담글은 ‘아이를 믿고 지지하자.’라는 큰 줄기를 붙잡고 있고, ‘구구단은 쉬운 2단, 5단부터 외우면 좋다’ 같은 세세한 팁들 또한 알려준다.


<노워리상담넷 제안>에서는 각 주제들에 대해 부모들이 생각해봐야 하는 내용을 정리해두었고, <노워리상담넷 추천>에서는 아이 양육과 관련해서 상담위원들이 추천하는 책을 소개하였다. 개인적으로 추천도서들을 함께 읽어보고, 이야기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 5살, 8살인 아이들을 키우고 있어서인지, 내게는 학습과 관련한 주제들보다는 생활심리 파트가 더 가깝게 다가왔다. 메모해둔 구절도 그러한 부분들이다.





p. 159 장난감 하나를 주는데 다섯 살 아이의 의견까지 물어야 하나 싶을 수 있지요. 다섯 살 아이에게도 소중한 자기 생각과 마음이 있습니다. 부모가 이렇게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존중해주는 경험을 하며 자란 아이들이 타인의 생각이나 마음을 잘 수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됩니다. 사랑도 받아본 사람이 할 수 있다고 하지요. 마찬가지로 존중이나 수용도 부모로부터 받아본 사람이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순간마다 아이의 생각이나 마음을 헤아린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머님이 노력한다면 두 아이에게 그 무엇보다 큰 힘이 될 것입니다.





p. 161 육아도 연애와 닮은 구석이 있어서 밀고 당기기를 잘해야 하고, 타이밍도 중요합니다. 아이도 말하고 싶은 순간에는 엄마가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바라고, 혼자 있고 싶은 순간에는 내버려 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이가 원하는 바로 그 순간을 매번 포착하는 것은 참 힘든 일입니다. 늘 완벽하게 타이밍을 맞출 수도 없습니다. 부모는 신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잘 활용하면 엄마도 말하고 싶은 순간과 쉬고 싶은 순간이 있음을 아이에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아이의 감정에 눈맞춤을 해줄수록 아이도 부모의 감정에 관심을 기울이게 됩니다. 물론 부모가 아이 감정에 눈높이를 맞추듯 아이도 똑같이 맞출 수는 없습니다. 부모가 된 순간부터 우리는 약자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아이는 나를 부모로 선택해서 태어난 게 아니라는 걸 생각한다면 그리 억울하지만은 않지요.






p. 164 ...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는 가장 쉽고도 간단한 방법은 자신이 존재 자체만으로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무언가를 잘해서, 예뻐서, 착해서가 아니라 그냥 존재만으로 나는 충분히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말입니다.






p. 185 비록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껴지더라도 아이가 바라보고 사랑받고 싶은 사람은 이론적으로 완벽한 엄마가 아니라 바로 어머님 자신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지금 부족함과 죄책감을 느끼면서 힘들어하는 어머님 모습에서 전해지는 그 사랑을 바라고 있을 거예요. 결심과 각오대로 잘 되지 않을 때마다 자신을 비난하지 마세요. 생각보다 육아를 잘 하는 부모도 별로 없고, 자신이 생각하는 것 만큼 형편없는 엄마도 별로 없습니다. 단지 더 나은 엄마, 더 나은 인간으로 성숙해가는 과정을 살고 있을 뿐입니다. 오히려 부족함을 인정하고 나아지려는 어머님의 의지가 대단합니다.







p. 206 영국의 소아과 의사이자 정신분석학자인 도널드 위니컷은 모든 것을 해결해주고, 완벽한 환경을 제공해주는 부모가 완벽한 것처럼 비추어지지만, 결론적으로 이는 최고는 물론 최선의 양육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부모로서 최선의 양육은 아이가 적절한 좌절과 실패를 경험하게 하면서 자기다움을 찾아 자기다운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이렇게 아이가 자신의 힘으로 자기다움을 찾아갈 때 부모의 격려와 지지는 아이들에게 매우 큰 힘이 됩니다. 그리고 부모는 아이들이 자기다움을 찾을 수 있도록 기다려주어야 합니다. 부모의 눈에 방법과 방향이 보이더라도 서둘러 알려주려고 하기보다는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하고, 아이들이 스스로 잘 해나갈 수 있도록 그 시간 동안 묵묵히 지켜보아야 합니다.






아직 짧은 경험이지만, 부모로 살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아이는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고 하는데, 부모인 나는 내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깨끗하게 바라보기가 어렵다. 그런 와중에 나의 모습이 아이에게 어떻게 비춰지는지 내 등도 신경써야 한다니.


그러나 온갖 부족함과 어설픔에도 아이들은 자라날 것이다. 우리가 그렇게 자라왔듯이. 그리고 부모로서의 삶에 주어진 축복이 있다면, 아이들은 그렇게 나를 멈춰서게 하고 돌아보게 한다. 자기 자신을 성찰하고, 조금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일은 한 인간으로서의 나의 삶을 성숙하게 하는 것이니까.


다행인 것은, 이해심 많고, 사랑이 많은 우리 아이들은 당장의 결과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 속에 있는 부모를 보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그 노력이 사랑이라는 것을, 진심은 그렇게 전해진다.


그래서 이 책을 고를 당신을, 나도 같은 부모의 입장에서 응원하고 싶다. 아이 키울 고민에 이런 책을 찾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참 괜찮은 부모라고. 당신과 아이 사이의 문제는 문제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지금을 돌아보게 하는 소중한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서 전달되었으면 한다.


그 과정이 조금 외롭게 느껴진다면, 함께하는 친구를 찾거나 모임을 찾는 것을 권해본다. 커다란 교육문제 앞에 일상의 노력이 무력하게 느껴진다면, 그 문제 앞에 당당히 맞서서 길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 곁으로 가까이 가보기를 또한 권해본다.

그렇게 당신은 불안을 안심으로 바꿔내고, 불안에 요동치는 우리 사회에 소중한 길을 내는 '한 사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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