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 혁명 - 제4섹터, 사회적 기업가의 아름다운 반란
유병선 지음 / 부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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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자의 살 수 있는 능력에 따라 제품의 값이 달라진다.
신용이 전혀 없는 가난한 사람도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언뜻 우리 사회에서는 용납되지 않는 불균형 상태처럼 보인다. 제품의 값은 사람에 따라 차별하지 않고 똑같은 게 당연하고, 신용이 없는 사람은 갚을 능력이 없으니 대출 심사에서 탈락하는 게 맞다. 그러나 문제가 되지 않는 이런 상황을 문제 삼아 새로운 환경을 만드는 것이 `사회적 기업가`가 하는 일이다. 그래서 단순히 사회적 기업을 제2섹터(영리 기업)나 제3섹터(시민단체)의 연장선에 있는 단체로 보지 않는다. 또한 사회적 기업이 영리기업과 비정부기구 각각의 장점을 취한 형태라고도 보기 어렵다. 물고기를 잡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대신 물고기를 잡아주거나 혹은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을 넘어, 불합리한 어업산업 자체를 창조적으로 뒤집는 것이 사회적 기업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보노보 혁명>은 이렇게 우리 사회에서 익숙해져 버린 `부당한` 균형을 깨뜨리고 있는 외국의 사회적 기업과 사회적 기업가를 소개한다. 인도의 오로랩(Aurolab)은 인공수정체와 보청기를 나라마다, 사람마다 가격을 달리 책정해 판매한다. 오로랩의 설립자 데이비드 그린과 그의 파트너인 의사 벤카타스와미는 환자의 소득에 따라 의료비를 다르게 받는 아라빈드 병원을 세우기도 했다.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은행(Grameen Bank)은 기존의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없는 최하위 계층에게 소액 대출을 해주는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 가난한 자들이 스스로 돈을 벌고 빌린 돈을 갚는, 자본주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균형을 가장한 불균형을 알아보고 비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으나 그에 `참지 않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게 참지 못하는 사람이야말로 이 책에서 말하는 진짜 사회적 기업가다. 책의 저자는 서문에서 책의 제목이 왜 보노보 혁명인지 설명하는데, 침팬지와 똑 닮은 보노보는 공격적이고 난폭한 침팬지와는 달리 낙천적이고 공감할 줄 아는 부드러운 성품을 가졌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누리고 있는 것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자신의 부와 명예가 오히려 초라하다고 느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 그리고 그것에 참지 못하고 혁신을 일으킨 자들을 보노보로 칭한 것이다.

책은 2007년도에 집필됐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사회적 기업의 개념이 생소하다. 사회적 기업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영리 기업과 똑같이 경쟁해야 하는데 특히나 재벌기업 위주의 우리나라 경제 구도에서 사회적 기업이 제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보노보 혁명>이 보여준 여러 사회적 기업가들은 대부분 자본주의 사회에서 고립된 자가 아니라 그것의 수혜를 입은 자들이었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은 침팬지였다가 아픈 사람을 돌아보는 이타적인 보노보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데이비드 그린의 오로랩과 아라빈드 병원의 비즈니스 모델로 삼은 딜라이트(Delight)라는 보청기 판매 회사가 성장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더 많은 보노보들이, 혹은 침팬지였으나 보노보의 따뜻한 감성을 찾은 자들이 우리나라에서도 아름다운 반란을 일으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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