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수정 돌 반달문고 28
김진경 지음, 김재홍 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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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같은 아빠의 수정 돌, 운동화, 염소...이렇게 세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네요. 이 이야기들에는 모두 엄마, 아빠와 떨어져 시골에 맡겨진 아이들이 나와요. 저도 어릴 적에는 방학마다 시골에 한참 맡겨지곤 했었습니다. 부모님은 생업으로 바쁘셨기에..처음 몇일은 시골이 재밌어 부모님 생각 안하다가 이별이 길어질수록 마루에 나와 앉아 대문을 바라보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비라도 오는 날에는 처마밑에 떨어지는 빗방울과 그 빗방울로 패이는 마당을 보면서 우울해 하곤 했었지요. 길다면 긴 이별 뒤에 만나는 가족은 어찌나 반갑던지요.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그 때의 느낌들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아빠의 수정 돌」

아빠는 땅에 심고 물을 주워 크게 키워낸 수정돌에 대해 아이(종인)에게 이야기해줍니다. 사실 그 돌은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몰래 아빠에게 준 유산이기도 합니다. 아빠는 이 돌을 계기로 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어 꿈도 이룹니다. 아빠가 그 비밀을 알려준 건 종인이도 그와 같이 자라길 바라서였겠지요. 종인이는 수정돌을 찾기 위해 시골 동네 여자아이와 동굴에 갔다가 갇혀버립니다. 그러나 아빠가 찾으러 올 것을 알고 희망을 잃지 않지요. 그러나 여자아이는 다릅니다. 무슨 사연인지 자기 아빠는 오지 않을 거라면서 화를 내네요. 시골에 맡겨진 아이인가봐요. 작가는 여자아이의 상처를 있는 그대로 전해주고 공감하게 합니다. 가난함과 동생들에 대한 책임을 물려주고 가게되는 할아버지가 온 힘을 다해 아빠를 위해 남긴 수정돌의 의미, 그러한 수정돌 덕분에 꿈을 이룬 아빠, 아빠에 대한 종인이의 믿음 등 작고 단단하고 말없는 돌에 정말 깊고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네요.

 

 

「운동화」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부모님과 따로 떨어져 살아야 하는 한솔이, 광수, 은지..한솔이는 이미 적응을 하였지만 은지는 갑작스러운 시골 생활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네요. 어느날 부터인가 은지는 운동화를 구겨신고 다녀요. 친구들은 이상하게 생각하고 선생님께 혼나기도 하지요..그런데 그것은 은지 운동화가 작아져버렸기 때문이예요.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버리면 엄마가 오지 않을까봐서였다고 하는 마음 아픈 사연이예요. 한솔이는 부모님께 은지 운동화를 사달라고 어렵게 부탁하지요. 자존심 강한 은지에게 차마 전해주지 못하고 있었는데, 마침 은지 엄마가 은지를 데리고 가시게 되었어요. 운동화는 전해주지 못했지만 운동화보다 은지에게 더 필요했던 엄마를 만나게 되어 마음 따뜻하게 돌아서는 한솔이랍니다..부모님과의 이별, 바뀐 환경 등에 대한 갈등과 상처를 어느 정도 이미 극복한 한솔이의 눈을 통해 자신과 똑같은 길을 이제 막 밟고 있는 은지의 모습을 볼 수 있어요. 그러면서 아픔 속에 한층 더 성장한 아이들의 대견함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아픈 이 시간 속에서도 아이들은 자랍니다.

  

「염소」

연이도 부모와 떨어져 시골 할머니에게 맡겨진 아이지요. 어느 날 연이가 사는 곳에 산불이 나요. 연이는 평소에 아끼던 이웃집 할아버지 염소를 쫓아 점점 산 위로 올라가게 되고 할머니는 연이를 찾아 나서지요. 그러다가 그만 불길과 만나게 되는데, 염소가 숨어버린 시멘트 배수관 안에서 다행히 화를 면하게 되어요. 화마가 닥친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부모가 아닌 염소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긴 연이이지요. 그 순간 함께 있어 보호해주지 못한 부모의 심정을 어떨까요. 이 이야기 역시 아이의 아픔과 슬픔을 있는 그대로 차분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작가는 이 책이 시골에 맡겨진 아이들 이야기이지만 오히려 도시에 사는 아이들을 위해 썼다고 해요. 아픈 기억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공감을 이끌어내 하나의 추억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할 것이고, 도시의 마냥 행복한 아이들에게는 간접적으로 다른 사람의 생도 느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겠지요. 차분하고 한결같은 작가의 시선 속에 아이들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애정어린 격려도 느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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