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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창해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스포일러 주의-
독자들이 히가시노 게이고를 찬양하길래 한 번 읽어 보기로 했다.
유명작이나 대표작이라고 거론되는 것 보다는 내 기호와 감으로 고르고 싶었다.
유명인들의 찬사 문구나 수상 이력이 적혀 있는 책은 아니었지만 소재와 표지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다.
표지만 봐도 다른 사람의 뇌가 이식되어 자신이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 가는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격이 바뀐다는 소재는 장르에 따라 굉장히 다양하게 표현된다.
가령 코미디라는 장르에서는 자주 등장인물끼리 영혼이 바뀌며 좌충우돌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시리어스한 장르에서는 주로 영혼이 아닌 뇌를 바꾼다.
그 편이 더욱 현실적이고 과학적으로 접근하기 쉽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더 게임'이라는 한국 영화를 보면 게임에서 진 주인공은 게임을 제안한 노인과 수술을 통해 뇌를 줄기까지 통째로 바꾼다.
다른 사람의 얼굴을 하고 몸의 주인이 이제껏 한 번도 지어 본 적 없는 표정을 짓는 것은 실로 소름끼쳤다.
하지만 이것은 신체와 주변 환경만 빼면 아무런 위화감이 없다.
자신의 인격은 분명히 자기자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주인공 나루세 준이치는 다르다.
뇌 속의 다른 존재와 끊임 없이 싸운다.
심지어 자신이 더 이상 자신이 아니게 되어 간다는 것도 단번에 알아차리진 못한다.
주인공의 의식이 먹혀 들어 가는 과정이 순차적이고 섬세하다.
그렇다.
이 책의 전체적인 내용은 인물의 인격이 조금씩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 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말에 가서는 주인공의 인격은 손바닥 뒤집듯이 깔끔하게 원래대로 뒤바뀐다.
뇌는 이렇게 편리한 구조로 되어있다는 건가?
일시적이라고는 해도 도너의 뇌가 인격을 조금씩 차지해 가는 일련의 사건이 없었다는 듯이 완전히 되돌아 간 것에 대해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 이 결말은 작가양반도 쓰면서 불만족스러웠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너무 기대했던 걸까?
이 작가의 작품은 평가가 좋은 작품 위주로 한 번더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