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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궤도 세트 - 전2권 ㅣ 신의 궤도
배명훈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일요일 오후에 읽기 시작하는 게 아니었다. 월요일 출근의 부담을 안고 이런 리뷰까지 적게 되다니. 책 좋아하는 언니가 요새 화제가 되는 책이라길래 1권 정도 읽고 개콘 보고 자려고 했는데, "도저히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어요"라는 기분으로 끝까지 다 읽었다. 추천사에 종합선물세트라고 되어 있던데, 너무 상투적인 말이라 광고라고 생각했는데, 읽어보니 달리 추천할 말이 없다.
작가에 전작인 타워는 에피소드가 하나씩 떨어져 있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는데, 이번 책은 앉은 자리에서 끝을 보게 된다. 물론 타워도 아주 재미있게 읽었지만, 이번 소설을 읽고나니 타워는 아기자기한 이야기였던 것 같다. 그냥 스케일만 비교해도 타워가 엄청나게 큰 건물 하나라면, 신의 궤도는 우주다. 작가에 머릿속엔 대체 뭐가 들어 있넌 걸까.
그런데, 단지 공간이나 시간만 확장된 것이 아니라 인류가 수천년간 해온 고민에 대한 부분 역시 엄청나게 확장된 것 같다. 타워에서는 사실 풍자나 해학적인 면이 강하고, 다른 문제는 가볍게 다루었다면, 신의 궤도에서는 신, 종교, 과학, 존재 등에 대한 고민을 정말 깊게 다룬 것 같다. 원래 추천이 아니면 SF는 별로 안 읽고 이런 주제를 다룬 책도 어려워하는 편인데,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읽다 보니 주인공 나물이의 고민과 신념이 이해가 될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다. 등장인물들 이름이나 지명도 친근감이 들어서 좋았고, 유목민들 쪽 등장인물들에 캐릭터도 너무 신선하다. 타워를 보고 정말 웃기다고 생각했던 개그감각도 여전해서 편안한 느낌이었다.
휴가를 좀 길게 받을 수 있으면 휴양행성 나니예로 가보고 싶다. 그 때까지 작가의 신작이 어서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