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구석에서 묻는 질문들 - 차마 하지 못했던, 우리 시대 청년 그리스도인의 16가지 질문
오성민 지음 / 복있는사람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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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리스도인이다. 주일날 꼬박꼬박 교회에 출석하고, 말씀과 기도를 사모하며, 내 삶의  끝에 천국과 지옥, 그리고 심판이 있음을 믿는다. 하지만 ‘예수천국, 불신지옥’식의 무례한 전도방식을 끔찍이 싫어하고, 인생의 불가해함 앞에 우울하면 가끔 이웃과 어울려 술을 마시기도 한다. 한국 교회의 세습 문제와 번영주의 신학, 태극기를 흔드는 기성세대에 분노한지는 꽤 오래되었다. 다원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시대적 조류에 얼마쯤 물들어 있는 듯 하고, 성경도 이제 시대와 정황이라는 맥락 아래 보다 다양하게 해석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누군가 내게 “그래서, 술을 마시면 왜 안 되는데?”라거나, “자살하면 정말 천국에 못가? 동성애는 죄야?”라고 묻는다면, 나는 대답할 거리를 얼마나 가지고 있을까. 


이 책의 저자이자 ‘다마스커스TV’ 운영자인 오성민은 이런 나의 개인적 고민들이 무르익을 때 만난 고마운 젊은이다. 그를 알게 된 건 순전히 유튜브 알고리즘 덕분이었는데, 그의 채널을 통해 평상시 어지럽게 널려 있던 신앙적 질문이 정리되고, 조던 피터슨과 르네 지라르, 키르케고르 등 인문학과 기독교의 경계에 선 이들을 소개받으면서 지경이 넓어지는 기쁨을 맛보았던 기억이 난다.  


이번 <교회 구석에서 묻는 질문들>에는 그가 다마스커스TV를 통해 펼쳐온 신학적 질문과 그에 대한 대답 16가지가 수록되어 있다. 대체로 친숙한 주제들이다. 그리스도인과 술, 우울증과 영적 치유, 주일성수, 교회 건축, 동성애와 죄, 과학과 철학 그리고 믿음의 문제 등 일반 신앙인들이라면 한번쯤 고민해 보았음직한 질문들. 하지만 그걸 풀어가는 폼까지 그리 녹록하진 않았다. 자연과학 전공(약학)자답게 신학. 철학, 과학을 아우르는 방대한 자료와 개념을 끌어모아 치밀하게 사유하고 논증하며 변론을 펼친다. 기본적으로는 성경 말씀을 중심으로, 시대적 맥락과 정황 하에 해석한 후 저자의 경험을 살려 생생하게 변론을 펼쳐나가지만, 그의 논지를 따라가다보면 중세 스콜라 철학자인 토마스 아퀴나스의 보편논쟁에서부터 칼 포퍼의 관용의 딜레마, 그리고 빅뱅과 정상이론이라는 꽤 굵직한 현대 철학 개념과 우주론까지 잘 넘나들어야 한다. 


이 작은 책에 그 어려운 이론들을 다 담아내려다 보니, 당연히 뒤로 갈수록 초반의 친절함은 조금 상쇄된다. 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막판 스퍼트를 내다보면, 최신 학문과 기독교 변증의 쟁점들이 무엇이며, 오늘날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어떤 과학적 도구와 철학적 틀을 가지고 그것을 설명할 수 있는지에 관한 방법론적 팁을 배울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신앙인으로서 그동안 미루고 미뤘던 질문들에 대한 정리하고, 이웃에게 설명할 수 있는 단어들을 수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저자의 의문이 나를 관통한 것처럼, 내 이웃에게도 설득력 있는 공감으로 가닿길 기대한다. 이 책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주제들도 후속작으로 계속 만나게 되길!   

 

무분별하게 먹고 즐겨도 괜찮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이 술뿐 아니라 모든 것이란 뜻입니다. 우리는 무엇을 하든 예수님보다 그것을 더 사랑하게 될 것을 두려워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그 모든 것을 안 하고 살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꼭 나쁜 것뿐 아니라 좋은 것처럼 보이는 것들도 예수님보다 더 사랑할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족, 친구, 공부, 운동, 일, 하다못해 교회 사역까지 예수님보다 더 사랑하게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이 그리스도인에게 죄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 P34

사람들은 이런 식의 ‘공포 마케팅‘을 기반으로 한 전도를 굉장히 무례하게 받아들입니다. 물론 무례하게 여겨진다는 이유만으로 전도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라는 문구가 표현을 넘어 내용까지 틀렸다는 사실입니다. ‘불신지옥‘이라는 말을 풀어 설명하면 ‘예수를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는 뜻인데, 엄밀히 말해서 이것은 성경이 전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성경은 "우리가 비그리스도인이라면 지옥에 갈 것인데, 그 이유는 예수를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만일 우리가 지옥에 간다면, 그 이유는 순전히 우리의 죄 때문입니다.
- P116

한 세기 전의 담론만 봐도 기독교에 대한 비판은 기독교의 내용이 옳은가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현대인은 기독교가 옳든 그르든 크게 관심이 없습니다. 그들이 기독교를 싫어하는 이유는 기독교가 틀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리스도인들이 자신들만 옳다고 주장하기 때문입니다. 현대인은 기독교뿐 아니라 무엇이 되었든 자기만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입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진지충, 설명충, 꼰대, 투머치 토커와 같은 말은 모두 자신만 옳다고 이야기를 늘어놓는 사람들에 대한 혐오 단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전통 기독교의 교리는 옳든 그르든 굉장히 혐오스럽고 시대정신에 어긋난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 P173

이성애자로 충실히 남아 있는다고 해서 구원을 얻는 것이 아닙니다. 이성애자도 여전히 성적 죄를 지을 수 있습니다. 인간은 성적 지향성이 아니라, 오직 그리스도의 십자가 은혜로 구원을 받습니다. 오히려 동성애자들을 보고 자신은 그들보다는 의인이라고 생각하며 위안으로 삼는다면, 그 사람은 더 지옥에 가까운 존재입니다.
저는 동성애자들이 죄인이 아니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은 성적 지향에 관계없이 죄를 짓습니다. 그들이 깨끗해지기 위해서는 성적 지향의 전향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은혜가 필요합니다. 이를 부정한다면 어떻게 복음을 믿는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 P193

빅뱅이 곧 우주의 원인이 아니냐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하지만 빅뱅은 원인이 아니라 탄생 방식이라고 보아야 옳습니다.(...)
현대의 우주론적 논증은 빅뱅 이론에 힘입어 우주 또한 존재하기 시작한 것들 중 하나라는 전제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곧 우주에도 원인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우주의 원인은 우주 바깥에 있어야 합니다. 만일 안에 있다면 그것은 여전히 우주의 일부일 뿐, 우주의 원인이 될 수 없을 것입니다. 마치 닭이 달걀 안에 있을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우주 밖에 있는 이 원인은 시간과 공간, 물질을 초월한 존재여야만 합니다. 물론 우주를 창조할 만큼 엄청난 능력도 필수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존재는 원인 없이 스스로 존재해야만 합니다.
-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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