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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독설 -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고전의 힘 고전오디세이 02 2 ㅣ 고전오디세이 2
정천구 지음 / 산지니 / 2012년 5월
평점 :
이 책은 2011년 국제신문의 문화 파트에 연재되었던 정천구 작가의 글을 엮어놓은
것이다. 그렇다보니 짧게는 세 장, 많게는 다섯 장 정도의 토막 글들로 구성되어 있어 틈틈이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글들이 토막 나 있지만
'논어'와 정천구 작가의 생각으로 모든 글들이 한 줄기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원하면 길게 읽을 수도 있다. 나는 주로 지하철에서 봤었는데 한
토막의 글 당 두, 세 역이면 다 읽었던 것 같다. 정독하는 습관이 있어 남들보다 읽는 속도가 느리므로 보통 사람들은 두 역이 지나갈 정도면
읽을 것 같다.
고전이 중요한 것은 알았지만 거의 가까이 해본 적이 없었기에 읽기 전에는 조금
겁을 먹었다. 온통 어지럽고 고지식한 말들로 쓰여있진 않을까, 하고. 하지만 펴낸 글과 프롤로그를 지나 첫 토막 글까지 읽자 지레 먹은 겁을
뱉어낼 수 있었다. 처음 생각과는 달리 신랄하고 통쾌하기까지 했다. 에헴, 하고 무게 잡고 있을 줄로만 알았는데.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분개하기도 했다. 평소에 하던 생각들이 이 책에
논어와 잘 섞여 토막 글들로 나열되어 있었서 충분히 공감하면서 읽었던 것 같다. 그리고 양심이 송곳에 찔린 것처럼 뜨끔했던 적도
있었다.
분명한 것은 더 이상 손을 놓은 채 불평만 늘어놓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불평은 하인이 하는
짓이지, 주인이 할 짓은 아니다. 대체 주인이 불평하면, 그 불평을 누가 들어주리라 생각하는가? 주인이란 스스로 나서서 행동하는 자, 일상에서
늘 주인답게 행동하는 자다. 주인다운 주인이 되어야 한다. 주인다움은 먼저 냉철하게 판단을 하고 이어서 과감하게 행동하는 데서 갖추어진다.
그야말로 맹자가 말한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지녀야만 주인다운 주인이 된다는 말이다. (『맹자독설』, 30쪽
)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지만 늘 참지 못해 불평만 했지 어떤 행동으로까지
이은 적이 없었다. 여태까지 주인이면서도 그저 그런대로,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생각으로 하인처럼 살았던 것이 부끄러웠다. 어디에서든 내가 주인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그곳을 정말로 사랑하고 가꿀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하인처럼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2011년에 쓰인 글이고, 그 이후로 거의 한 해가 지나가고 있지만 책 속에서
비판했던 여러 상황들은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아 씁쓸하다. 물론 1년만에 많은 것들이 바뀌지는 못하겠지만 단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에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좀 문제가 아닐까.
이 책은 어른, 청소년 모두가 읽으면 좋지만 개인적으로 특히 어른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맹자와 저자가 던지는 비수를 맞고 부디 많은 어른들이 병들고 아픈 것들을 그냥 마주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