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꽃 담장 아래 - 삶의소설 001
이해선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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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선한 年末年始를 보낸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올해의 사분의일이 다 지나고 4월도 중순에 접어들었다. 직장 사정으로 家族과 떨어져 생활한지도 5년, 이제는 나름대로의 혼자生活에 익숙해졌고 계절에 따라 취미를 달리하고 있지만 책만큼 시간 보내기가 좋은 것이 없는 것 같다. 이런 내 마음을 알았는지 얼마 전 知人으로부터 책 한권을 선물 받았다.<나팔꽃 담장 아래>- 著者 이해선, 중단편 7篇을 수록한 小說集 이였다. 나는 책 속으로 沒入하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讀書 스타일 때문에 주로 長篇小說을 읽는 편이라 큰 期待는 안 했다.

하지만, 3편까지 읽고난 후 잔잔한 흥분과 표현할 수 없는 感動으로 잠시 책을 덮었다. 故鄕 풍경을 머리 속에 그려 보는 것이 얼마만인가? 나 또한 作家와 같은 고향인 華城에서 태어나서인지 몇 줄 밖에 읽지 않았는데도 고향집 마루에 앉아 있는 착각을 했다. 經驗이 제한적 일 수밖에 없는 여류작가로서 解放과 6.25, 산업근대화의 激浪 속에서 4,50대가 겪는 갈등과 日常을 이렇게 리얼하게 표현 할 수 있는지? 책 읽는 것을 趣味로 한 후 이번처럼 책 속으로 짧은 時間 안에 빨려 들어간 적이 없다.

2편 “나팔꽃 담장 아래”의 그네에 대한 묘사 - 時間과 空間을 넘나들며 한 여인이 平生을 가슴 속 깊숙이 묻고 있는, 죽어서도 세상에 내놓기가 부끄러운 과거에 대하여 葛藤하는 모습은 내 家族의 일인 양 가슴이 뭉클해진다. 그다지 길지 않은 문장, 선 굵은 사실 表現은 우리 讀者에게 많은 생각과 想像을 하라는 작가의 配慮인 것 같다. 이 점은 다른 女流作家에서 찾아보기 특징이라 하겠다.

1편 “텃밭”과 3편 “대궐리 여름”에서 社會活動의 중심축이 급속히 農村에서 도시, 아니 서울로 移動하는 과정에서 겪는 한 村老의 갈등과 自尊心을 지키려는 노력은 바쁘다는 핑계로 自信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살아가는 現代人에게 어떠한 삶이 바람직한가를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세상의 변화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촌로를 미화할 생각은 없다. 삶의 최대가치가 幸福이라면, 물질적인 풍요가 행복의 必要條件은 될지 몰라도 充分條件은 아니기 때문이다.

마지막 7편 “洗馬臺”는 제목만으로도 나를 설레게 했다. 初等學校 시절 매일 세마대 옆으로 登校하였기 때문에 매일 두 번은 보아야하며 一年에 한번은 반드시 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官內 명승지중 학교에서 제일 가까워 봄소풍 또는 가을소풍을 이 곳으로 갔다.
복잡한 家族關係와 궁핍한 農村에서 태어난 주인공 “용주”의 日常事는 대부분의 장년들이 成長하면서 겪었던 內容 - 지금은 별게 아니지만 그 當時는 왜 그렇게 苦悶하고 갈등했는지, 마치 作家의 자서전으로 착각할 만큼 감정 표현이 매우 細心했고 최근 작품인지 다른 6個편과 달리 시간과 공간의 構成에서 세련된 모습을 보였다. 나의 여성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이 연상된다.

오랜만에 마음에 닿는 小說을 접해서인지 책을 다 읽은 후 며칠이 지나도록 여운이 가시지 않고, 이 느낌을 다른 讀者들과 함께하고자 난생 처음 書評이라는 것을 쓰게 되었다. 고단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中長年에게는 삶의 活力素가, 꿈을 안고 사는 靑少年에게 父母世代를 이해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끝으로 作家 이해선씨에게 다양한 장르와 長篇의 小說을 기대하고, 무궁한 發展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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