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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세전 ㅣ 한국남북문학100선 56
염상섭 지음 / 일신서적 / 1996년 5월
평점 :
조선에 만세가 일어나던 전해 겨울, 동경 유학 중인 나(이인화)는 아내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는 보던 시험도 중도에 내던지고 급작스레 귀국한다. 가는 도중 나는 일본 형사들에게 조선인이라는 것을 트집 잡아 괴롭힘을 당하고 멸시당한다. 이 사건을 통하여 나는 자기가 조선 사람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조선이 처한 현실을 관찰하고 체험하면서 분노가 치솟지만 나는 답답한 마음에 사로잡혀 무덤 같은 조선에서 탈출하고자 한다. 겨우 집에 도착해보니 아내는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 현대적 치료조차 못 받아보고 아내는 마침내 세상을 떠난다. 형은 재혼하라 하지만, 그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고 나에게 사회나 집안은 구더기가 들끓는 공동묘지처럼 여겨졌다. 나는 어서 이곳을 탈출하여 자유로워지고 싶어 하더니 이윽고 불쌍한 아내의 죽음을 생각하면서 도망치듯 집을 나와 다시 동경으로 가면서 후련함을 느낀다.
제목 <만세전>은 1918년 겨울 3.1운동 직전의 폭풍전야를 의미한다. 제목이 이러한 만큼 <만세전>은 우리나라의 어두운 시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먼저, 당시에 우리나라가 일본에 억압당하며, 모든 건물이나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일본화 되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당시 조선 민족의 생활을 구더기가 끓는 무덤으로 비유하는 것을 보면 조선이 어떠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구더기가 끓는 무덤... 이 시대에 살지 않고 지금까지 별다른 어려움 없이 살아온 내게는 매우 생소한 단어였지만 굉장히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나라가 일본의 지배를 받음으로써, 근대사회의 막을 열고 서구 문물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오히려 식민지시대를 거치지 않았더라면 우리 고유의 찬란한 문화와 예술을 더욱 번창시킬 수 있었을 것이고, 전통과 서양의 새로운 것이 조화를 이루어 지금과 같이 일제의 잔재가 남은 시대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튼 이렇게 사실적인 전개 덕분에 나는 일제에 암울했던 우리 민족의 삶의 모습. 일제 강점 하에서 억압받는 우리 민족의 비참한 생활상, 지식인의 눈으로 바라본 식민지 조선의 암담한 현실과 같은 주제를 더욱 효과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내가 직접적으로 일제의 상황을 경험해 본 것은 아니어서 인화의 마음이나 아내의 심정, 정자의 마음을 정확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처참한 아내의 모습이나 방황하는 인화의 마음으로 충분히 당시 상황에 힘겹게 적응하며 살아갔을 우리나라 사람들의 모습이 눈앞에 아련하게 그려졌다. 국사시간에도 배운 일제의 무단통치, 무섭고 거대한 힘 그 아래서 살았던 우리 민족이 지금 이렇게 잘 살 수 있게 된 것은 다 민족의 긍지 덕택인 것 같다. <만세전>을 다 읽고 나니 주인공의 행동이 여전히 아쉽고 안타깝다. 물론 어쩌면 지극히 인간적인 행동일지도 모르겠지만 주인공은 배운 사람으로서, 지식인으로서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입으로만 바른 소리를 할 줄 알고 결국은 자기 자신도 도망치듯 그렇게 뛰쳐나왔기 때문이다. 당시의 우리나라 사람들 모두의 소망은 해방이었다. 작가는 주인공을 통해 우리 국민들이 모두 바랐던 해방이지만 결국 아무도 노력하지 않았던 조국의 해방에 대해 아쉬워하고 있는 것 같다.
제 딸의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