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 그리고 사물.세계.사람
조경란 지음, 노준구 그림 / 톨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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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을 쇼핑하는 곳'

 

쇼핑의 기본원칙에는 이런게 있다.

상품의 종류가 증대하면서 욕망이 무한히 확대된다. 예산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무엇을, 언제, 어떻게 등의 의사결정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충동구매한다.

이 책의 저자도 충동구매에 대한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본인은 백화점을 마치 만보객처럼 특정한 기준이나 목적없이 거니는 걸 좋아한다.

상품하나하나에 욕망이 가득한 곳, 바로 백화점이다.

 

 

왜 백화점에는 욕망이 가득한 걸까?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눈에 띤 것은 두 가지이다.

첫번째는 수집이다. 모든 수집은 갈망하던 것에 손을 대는,

바로 그 짧은 첩촉을 탐하는 행위가 아닐까(p246), 라고 말한다.

두번째는 돈이다. 돈은 요물이다. 돈은 무엇으로든, 옷이나 먹는 것,

전차나 여관으로 변하는 까닭이다.

지금 처럼 돈이 전지전능하다면 신도 인간에게 항복할 것이며 현대의 신은 야만스럽기 그지없다(p.285), 라고 말한다.

 

 

이 두 가지가 백화점 상품 하나하나에 욕망을 넣었다. 그리고 수집이라는 의미에서 볼 때 그 욕망을 꺼내는 순간 짧은 희열과 함께 더 강한 욕망을 낳는다.

조르주 바타이유의 <에로티즘>을 보면 욕망이란 금기에서 나온다고 하였다. 금기란 무엇인가? 접근을 차단하는 것이다.

접근을 차단함으로써 그 세계를 갈망하는 것이다. 그 금기를 넘었을 때 폭발적인 희열을 느끼며 다른 금기에 도전한다.

마찬가지로 백화점의 상품들은 금기에 가깝다. 비싼 까닭이다. 왠만큼 돈이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도 함부로 물건을 사지 못하는 곳이다. 물건을 살 때 가격표를 보지 않고 살 정도가 되면 부자라고 했던가?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면서 가격표를 무시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상품에는 각각의 금기가 있고, 이 금기로 인해 욕망이 생긴다. 금기가 풀렸을 때는 수집한 물건에 손을 대는 것처럼 짧은 접촉에 희열을 느낀다.

따라서 백화점은 욕망을 쇼핑하는 곳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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