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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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글을 보고 이 책을 쓴 작가가 누군지 맞출 수 있다면 그 작가는 자신만의 색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는,색이 또렷하다는 증거이겠지.

에쿠니가오리표 소설이 딱 그렇다.
읽으면 에쿠니가오리 스타일이야 하는 느낌적인 느낌.

잔잔하고 맑고 꾸밈없는 청아한 문체.

읽을수록 녹신녹신한, 그 어디쯤.

굉장히 독특한 사람들이 단순한듯 얽혀 평범한 듯한 그들만의 일상을 보내는 이야기.

특히 동거나 동성연애, 불륜,만남과 헤어짐에 대해
너무 싱거울정도로 무심하게  쓰여져 있어 한국에서  다루기에는 강한 자극의 소지가 다분한 소재임에도 불구,전혀 위화감이나 피곤함이 없다.


바쁜 현대사회에서 자극적인 것에 익숙해져 있지만 에쿠니가오리의 책을 읽다보면 한 박자 느리게 쉬어가는 기분이랄까?

이름도 없는 낡은 역에 잠시 기대어 쉬어가는 자유 같달까?

그런 느낌이 좋아 그녀의 글을 다시 찾아 읽게 되는것 같다.

엘비스프레슬리를 좋아하는 치매 부인을 위해 항상 전화와 음반을 들고 밖으로 나가 앨비스프레슬리인거마냥 전화를 걸어주던 남편의 이야기를 보았을 때는 나도 저런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부부의 애틋함에 부러워졌다.

신문의 부고란만 찾아보고 모르는 이의 장례식장을 찾아다니는것이 취미라는 시미즈 부부의 이야기는
 와아!신박하다!!!
모르는 이의 장례식 앞 그 경건함이 좋아서라니.
뭐 그럴수도 있겠다.
그런데 쉽게 납득은 안되지만.


알 수 없는 기이한 사람들인것 같으면서도 어쩐지,왜,
나는 그런 그들을 읽고 있는거지?
공감할 수 없다가도,
그래,그럴수도 있겠지 이내 수긍하게 되는 마법같은 힘.


밤과 아내와 세제.

헤어짐을 결심한5년차 부부의 아내.
헤어지고 싶다고 이야기좀 하자며 남편을 불렀지만 대답없이 티비시청만 하던 남편.

아내의 썰이 풀리려하자 두려운듯
발톱의 벗겨진 페디큐어를 보고 리무버가 없냐며 화제전환 다른이야기를 하네.

본론을 잊고 남편의 대화에 휘말리다가 다시금 정신을 잡고 헤어지자 하는 아내.

쓰레기봉투가 얼마나 남았는지 물으며 2차 화제전환.

결국 남편은 그 길로 나가
두손가득 쓰레기봉투와 세제,우유,주먹밥등을 사온다.

여자의 마음을 녹일 리무버까지 사오고 남편의 승리!

그게 아닌데...헤어지려고 했던건데...
오늘은 어쨌든 못헤어지고 이대로 종료.
에라,틀렸다...


아마 많은 부부가 이와 같지 않을까 싶다.

둘이 대단한 격투를 하지 않는 이상,
헤어지고 싶지만 막상 헤어지려면 골치는 아프고
그냥 누구 하나가 그럭저럭 참고 넘어가는 나날들.

단4면짜리 짧은 글인데 쓴웃음이 난다.

너무 현실이잖아...

이외에도 몇가지 이야기들이 더 수록돼 있다.

특히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은 「반짝반짝 빛나는」의 후속 소설이란다. 과거의 주인공들은 잘 살고 있는지 직접 읽어보시기를!


에쿠니가오리표 섬세한 이야기들을 읽으며 긴장도 풀고 조금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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