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문제 - 강경애 장편소설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27
강경애 지음, 최원식 책임 편집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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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글쓰기 수업 과제로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하던 나에게 제목만으로도 충분한 호기심을 끌어냈다. 인간문제라…. 그리곤 작가에 대해 찾아보았더니 그 시대의 여류작가이자 그녀의 책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금서였다는 말이 내 호기심을 한층 더 쌓아주었다. 그렇게 첫 장을 펼치며 소설을 읽기 시작했는데 이야기에 진행될수록 나의 마음은 점점 착잡하고 씁쓸해졌다. 선비, 첫째, 신철, 간난이의 인생사가 우리나라의 역사 속에 얼마나 많이 일어났을 지 헤아려졌기 때문이다. 주인장 덕호에게 맞아죽은 아버지, 가난에 병들어 죽은 어머니, 아버지를 죽인 주인장에게 아버지라 부르며 노예로 부림받다 성폭행을 당하는 선비가 내겐 너무 마음이 아팠다. 너무 어리고 약하기에, 아무것도 모르기에 반항을 하지도 자신의 생각을 키울 수도 없었던 것이 너무 분하게 느껴졌다. 이런 선비가 덕호의 집에서 떠나버렸을 때 순간 난 '그래, 떠나면 새로 시작해서 행복할 수 있을 꺼야‘ 이라고 생각했다. 실상은 덕호의 집이나 선비가 일하던 공장이나 모두들 선비에게는 가혹한 공간이었다. 어딜 가도 어떻게 살아도 부모 잃고 가난하고 가진 게 몸뚱어리밖에 없는 여자에게는 잔인한 세상이었다. 인간문제라는 제목이 와 닿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인간문제를 읽으면서 더 마음이 불편하고 힘들었던 건 우리가 부유하고 더 이상 누군가의 지배를 받지 않는 시대가 오자 우리는 외국인노동자들 같이 우리보다 약자인 사람들에게 그것을 되풀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인간대접을 받지 못하고 여자들은 성적으로 착취당하고 남성을 온몸이 병이 들 정도로 노역을 죽는 비극을 다 겪었으면서 우리나라로 시집온 외국인 여성들을 성적으로 착취하고 버리기도 하며,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제대로 된 급여도 쥐어주지 않는다. 이런 비극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문제가 많은 짐승이다. 같은 잘못을 되풀이 한다. 강자에게 약하며 약자에게 강하다. 탐욕은 끝이 없고 정직함은 점점 사라져간다. 이것들이 사회에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를 나누게 되는 ‘인간문제’로 우리에게 들어난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부끄럽고 또 화가 났던 것처럼 우리는 이제 우리의 문제를 부끄러워 할 차례인 것 같다. 우리 모두 각성해보자! 강경애 작가의 인간문제라는 소설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담아내고 있지는 않지만 그때 사람들 모습에서 우리는 지금의 우리 모습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또 인간문제를 읽으면서 한 가지 재미있었던 부분이 있다. 바로 신철이가 전향을 하는 부분이다. 신철은 새로운 인식을 가진 지식인처럼 나오지만 결국 마지막엔 전향을 하고 돈 많은 계집을 얻었다는 부분이 있다.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첫째는 무언가 또 다른 계급의 대해 결국 신철과 자신은 달랐다는 것에 대해 느끼게 된다. 나는 이 부분이 굉장히 재미있었다. 강경애 작가는 결국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누군가 존재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본 것 같다. 작품 초반에는 신철이의 존재가 이 이야기를 어떻게 바꾸게 만들지 궁금하고 기대됬는데 결국 마지막 순간 작가는 신철이도 결국 가진 자였다는 것으로 결말을 맺었다. 작가의 이 생각이 현대사회에서도 적용될까? 나는 그것은 아니라고 본다. 우리는 이제 계급사회가 아닌 계층사회를 산다. 아직도 수많은 인간문제가 있지만 우리는 약자와 소외층을 도와주고 차별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도 아직도 인간문제가 있으니 우리는 반성 해야 한다. 다 같이 그들에게 평등의 손을 내밀어 이런 비극들이 계속 생겨나는 우리 시대로 살아가지 말자.

강경애작가의 인간문제를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이 소설에서 나 같은 사람도 이런 생각들을 꽃피게 했으니 많은 사람들이 나보다 좋은 생각을 꽃 피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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