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방정식 - 사칙연산으로 보는 금융의 원리
손영채 지음 / 나남출판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금융은 시간을 먹고 산다.”

금융은 돈을 매개로 시간을 빌려주는 거래다.”

금융은 꿈이 크거나 할 일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 이뤄진다.”

한 꺼풀 걷어내고 보면, 증권시장에서 거래되는 것도 결국은 사람이다.”

 

애덤 스미스나 벤저민 프랭클린의 옛 경구가 아니다. 최근에 출판된 <금융방정식>의 저자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말이다. 이 책에는 돈의 문제, 금융의 길과 오랫동안 씨름해온 금융위원회 소속 전문가의 식견과 통찰이 담겨있다.

 

<금융방정식>은 네 개의 얼굴을 갖고 있다.

첫째, 이 책은 돈이 왜 귀한지, 금융이 왜 필요한지 핵심을 짚어 일러주는 과외 선생님이다. 저자는 돈이 우리 등에 딱 붙어 있는 존재라고 밝힌다. 왜 그럴까? 상품과 노동의 교환을 매개하고, 가치의 기준을 제시하며, 가치의 저장과 부의 축적까지 가능케 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면 금융은 왜 필요한가? 저자는 명쾌하게 대답한다. 언제나 부족할 수밖에 없는 돈을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필요한 사람들에게 공급해주기 위해서라고 말이다.

둘째, 이 책에는 돈의 흐름을 관조하는 자의 통찰이 담겨있다. 돈 벌기에 급급한 사람에게서는 기대할 수 없는 모습이다. 저자의 지혜는 금융의 인간성이라는 대목에서 가장 잘 나타나있다. 그는 밝힌다. 금융이 가능한 이유는 사람들 간의 신용과 신뢰 때문이라고 말이다. “대출창구에서 나는 나에 대한 채권을 은행에 판다는 저자의 언급은 유대인의 지혜서 탈무드를 연상하게 만든다. <금융방정식>의 저자는 이렇게 돈의 주인이 되는 법, 돈을 즐기는 법을 알려준다.

셋째, 이 책은 선한 관리자의 시선에서 금융의 기회와 금융의 위험성을 알려준다. 금융 자체가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 금융기관과 개인 사이에는 언제나 심각한 비대칭이 존재한다는 것, 대출을 생각하는 사람은 벌금성 금리, 신용등급 하향, 파산까지 기회비용에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당부다. 더 나아가 저자는 포용적 금융의 필요성과 공정한 심판으로서 국가의 역할까지 강조한다.

넷째, 이 책은 세심한 조언자이다. 저자는 지불하는 돈의 금액과 함께 시간이 품고 있는 암묵적 비용까지 계산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그리고 자녀에게 하듯 독자들에게 당부한다. “돈 빌리는 것을 쉽게 여기지 말라!” 그뿐일까? 이 말은 또 어떤가? “은행에 돈을 예금하러 갈 때는 옷에 신경 쓸 필요가 없지만, 대출창구에 갈 때는 일요일에 교회에 가는 사람들처럼 말끔하게 입고 가는 것이 좋다.”

 

<금융방정식>은 읽는 즐거움까지 선사해준다. 세계금융의 본산 네덜란드와 미국에서 쌓은 저자의 경험을 추체험하는 것, 서구의 문화적 일상에서 신용의 코드를 예리하게 포착하는 것이 바로 그런 즐거움일 것이다. <금융방정식>이 아니었다면, 미국 달러화 속에 “In God We Trust”라는 문구가 새겨있는 것을 여전히 몰랐을 것 아닌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