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의 길을 가라> 서평단 알림
너만의 길을 가라 - 인생의 숲에서 길을 잃은 당신을 위한 안내서
프랜시스 타폰 지음, 홍은택 옮김 / 시공사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워든>과 비교한다는 것은 그저 광고에 지나지 않았다. 소로우는 100여 년 전 인간으로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지를 체득해 보고자 숲으로 들어가 고요히 안거했다. 하지만 인생의 참된 길을 열어 보겠다고 미국 동부 연안 14개 주를 관통하는 3,489킬로미터의 산길을 트래킹하는 현대판 순례자의 이야기는 지난 한 세기 인류 문명의 변화만큼이나 달라진 모습으로 다가왔다.

나는 평소 직업상 자연 속에서 근무한다. 그 덕에 남들이 좋다는, 혹은 갈 수 없는 통제된 산길을 흔히 누비고 다닌다. 게다가 취미삼아 마라톤을 시작한 지 5년이 되었다.  그 경험으로 평소 산꾼이나 순례자 같은 하이커들과의 동질감을 느낀다고 자부해 왔다. 

 

그런데 무려 4개월 동안 3,489킬로미터라니! 이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경험이다. 마라톤으로 따지면 90번에 가까운 완주 거리이다. 그리고 등산으로 쳐도 나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1시간에 2~3킬로미터를 걷는 게 고작이니 잠도 안 자고, 먹지도 않고 쉴새없이 걸어도 58일(1,395시간) 이상을 걸어야 하는 길이다.

 

맨 정신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길을 걷고 또 걷고 걸으면서 무엇을 했을까? 아마 아무 생각이 없거나 머리로 상상할 수 있는 온갖 생각을 다 하지 않았을까? 적어도 나의 짧은 산행과 마라톤 경험으로는 그렇다.

 

이 책은 그렇게 세상에 나왔을 것이다. 아무 생각이 없다가, 아니 어쩌면 온갖 생각을 반복하다가 이렇게 정리를 하게 된 건 아닐까 싶다. 사람으로서 세상을 살아간다는 의미와 세상을 어떻게 잘 살아볼까? 걷고 또 걸으면서 터득한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조목조목 적어간 건 아닐까?  이 책은 작가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는 방식이자 '하이킹' 기록이다.

 

그러니 처세술이기는 하지만 잘 포장되어 있다. 그 포장은 상품을 팔기 위함이라기보다 참으로 내 삶을 사랑하기 위한 포장이다. 더구니 그것은 종교적인 순례가 아닌 인생을 향유하는 순례자로서 마땅히 지녀야 할 세속의 경구이기에 오로지 물신에 모든 가치가 함몰되어 버리는 요즘 세태에 더욱 빛을 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