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줏간 소년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패트릭 맥케이브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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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하는 선(善)과 가식 없는 악(惡) 중 하나만 고르라면 무엇을 택할 것인가. 앤소니 버지스와 스탠리 큐브릭의 『시계태엽 오렌지』로 처음 접했던 이 질문에 대해 지금의 나는 전자에 지쳤고 후자에 끌린다. 그리고 길게 보면 후자가 백번 낫다고 생각한다.

사실 선(善)은 언제나 넘친다. 부족한 건 아름다움[美]이다. 가령 자신만의 언어를 갖추고 자기 느낌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에겐 선악에 관계없이 그 사람만의 활력과 매력이라는 게 있는데, 이게 갈수록 너무나 희소해져만 간다. 패트릭 매케이브의 『푸줏간 소년』 같은 소설의 쾌감이 내 안에서 은밀하게 작동하는 지점이 바로 그런 부분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소년은 결국 용서할 구석이라곤 얄짤 없는 범죄자로 문드러지지만, 얘는 적어도 성장 과정에서 언어를 남에게 빚지지 않고 내면에 자기 완결적인 세계를 스스로 만들어 나갈 줄 아는 애다. 소설가 입장에서도 최소한 이 정도 캐릭터는 되어야 의식의 흐름으로 비벼볼 맛이 나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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