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중독 사회 - 첨단기술은 인류를 구원할 것인가
켄타로 토야마 지음, 전성민 옮김 / 유아이북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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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발전 속도는 광속이다.

이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이미 교실에서 여러 최첨단 기구들을 이용하여 학생들을 교육하고자 하지만, 결국 기술 그 자체가 교육의 본질을 흐리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우리 나라도 교실에 최첨단 IT 기술을 적용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다. 하지만 실리콘 밸리의 경영진들은 자신의 아이들에게 전자기기들을 멀리하게 한다. 이게 현실이다. 아래 교실의 기술 적용에 대한 기사가 있어 소개한다...(동아사이언스  2015.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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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IT기술이 접목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새롭지 않습니다. IT는 교실이 가야 하는 방향이라는 대전제는 당연한 일이 되었고,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의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영국교육기술박람회(British Educational Training and Technology Show, 이하 BETT)는 실제 교육 현장에서 부딪치는 교육자들과 IT기업의 이야기가 그득한 행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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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TT는 영국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아시아, 남미 등 세계 교육 현장에서 열리는 대표적인 교육 박람회입니다. 필자가 11월 17~18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BETT 아시아’에서 취재한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영국교육기술박람회(BETT) 아시아 2015’ 참관기②]“IT는 도구일 뿐, 달라져야 하는 건 교실”

 

 

11월 17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BETT 아시아 2015’ - 최호섭 제공

 

●새롭지만 새롭지 않은 주제 ‘21세기 인재’

 

교실에 IT기술이 어떻게 들어갈 것인지는 여전히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한 동안 최첨단의 기술을 교실에 들여놓고 교육하고자 하는 시도도 있었습니다. 교실에 비싼 PC가 깔리고 전문가용 소프트웨어가 도입됐습니다. 학교 전용의 소프트웨어, 강력한 하드웨어가 필요하다는 흐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흐름은 점점 제품과 기술 그 자체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 가고 있습니다. 아니, 어떻게 보면 도구는 더 필요해졌지만 도구가 없다고 해서 새로운 인재를 키워낼 교육을 할 수 없다는 연결고리 자체가 끊어졌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교실 자체 환경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2015년 BETT에서 많은 키노트 연사들이 공통적으로 꺼낸 단어는 ‘변화(change)’와 ‘용기(courage)’였습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IT는 특별한 기술도 아니고, 배워야 할 학문으로 받아들여지지도 않습니다. 태어나서부터 PC와 스마트폰을 만지고 자란 아이들에게 모든 IT 서비스는 공기같은 존재입니다. 스마트폰, 인터넷을 누구보다 잘 쓰는 아이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머릿속에 담고 술술 외워내는 교육이 효과적이겠느냐에 대한 고민이 교실과 학부모 사이에서 이어지고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게 20세기식 교육을 부정한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수 백 년 동안 같은 패턴으로 이어져 온 교실의 교육 방법이 21세이 환경에 맞춰 더 나은 방향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겁니다. 손만 뻗으면 수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올바른 정보들을 선별해서 받아들이고, 그 정보를 통해 통찰력과 지식을 얻어야 한다는 겁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21세기 인재’를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건 이제 더 이상 논란 거리가 아닙니다.

 

두려운 일입니다. 교육은 그 어떤 산업보다 보수적이고, 변화하기 어려운 주제입니다. 마크 플렌스키 글로벌 퓨처 에듀케이션 창업자는 교육자와 학부모가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말하더군요. 세상이 바뀌고 있고 새로운 형태의 교육에 많은 학부모들이 관심을 갖고 있긴 하지만 “내 아이 말고…”라는 생각을 하게 마련입니다. 우리나라 환경도 그리 다르진 않습니다. BETT 현장에서 만난 교사들도 굳이 학부모들에게 교실의 IT 접목 현상을 설명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곧바로 성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니까요.

 

“여전히 학교 교육은 ‘MESS’를 중심에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가 가르치려는 교과 과정 자체는 MESS에 있지 않습니다."

 

마크 플렌스키의 설명입니다.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MESS는 수학(Mathematics), 영어(English), 과학(Science), 사회(Social Study)입니다. 다른 나라도 국영수 위주의 우리나라 교육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가 봅니다. 학교는 입시학원이 아니지만 역할 자체는 점차 애매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학교도 학교와 정부가 교과 과정을 짤 때 “국영수 잘 하는 인재를 키우겠습니다”라고 말하지는 않는다는 것이지요.

 

효과적인 사고, 능동적인 생활, 사회적 관계, 성취 같은 메시지들이 오히려 더 많이 나오지요. 그 사이의 간극을 메우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11월 17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BETT 아시아 2015’ - 최호섭 제공

●“지금 교실에 가장 필요한 건 용기”

 

교육 이야기가 재미있는 건 전 세계 누구를 만나든, 어떤 기업을 만나든 주요 메시지가 다르지 않다는 점입니다. 정답이 있다는 얘기가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합의점을 찾았다고 보는 편이 맞겠습니다. 결국 ‘21세기형 인재’를 만드는 것이 목표이고, 그 과정에 디지털이라는 도구가 있습니다.

 

그리고 가야 하는 방향성은 결국 몇 가지 키워드로 정리됩니다. <커뮤니케이션> <협업> <비판적 사고력> <창의력> <호기심> <컴퓨터적 사고>입니다.

 

이틀에 걸쳐 여러 가지 발표를 반복해서 들었지만 어떤 발표자가 이야기했다는 것 자체가 별 의미가 없습니다. 누가 이야기하든 그 방향성은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보면 ‘새롭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교육 현장은 변화에 소극적이고, 두려움을 떨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올해 BETT의 흐름은 교육 현장에서부터 용기를 가져야 한다는 쪽으로 흐릅니다. 학교가 학생들에게 주어야 하는 것에 성적은 분명히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큰 결단이 필요합니다. 어른들도 ‘인생에 성적과 대학이 전부는 아니더라’는 이야기를 쉽게 꺼내지만 교육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나오지요.

 

이미 교실은 변하고 있습니다. 적지 않은 수업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 기반으로 협업하도록 짜여지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역할 분담을 통한 책임감과 커뮤니케이션 같은 사회성이 생깁니다. 단순히 지식을 암기하는 것보다 인터넷과 기기를 통해 정보를 찾고, 저작도구를 활용해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는 겁니다. 중요한 건 ‘누가 몇 년에 뭘 했냐’가 아니라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비판적 사고, 그리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있어 컴퓨터적 사고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데에 있습니다.

 

안토니 살시토 마이크로소프트 교육 담당 부사장의 이야기는 조금 더 급진적입니다. “21세기형 인재가 아니라 시간과 관계 없는(timeless) 능력이라고 합니다. 21세기이기 때문에 해야 하는 교육이 아니라 언제고 필요한 인재상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여전히 오해는 있습니다. ICT를 활용하는 것 자체가 교육이라고 보는 것이지요. 물론 IT가 퍼지기 시작한 초기에는 그런 경우가 많았습니다.

 

부르스 톰슨 싱가폴 MS교육 담당 이사는 “학생들은 이미 온라인과 IT 기술에 접근하고, 이용하는 것이 익숙하고, 수업에도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어떤 세대보다도 디지털 중심의 일상생활이 익숙한 학생들이기 때문에 다른 교육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2015년, 이미 기술은 모두 준비됐습니다. 그걸 누가 어디에서 어떻게 가르치냐가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마음가짐을 바꾸고, 더 학생 개개인에 맞춰지는 학습과 편한 기술을 이용해 효과적으로 수업하고, 함께 성장해 가는 협업 중심의 교육이 중요합니다.”

 

부르스 톰슨 이사는 특히 “고학년일수록 교사나 학생, 학부모들의 걱정이 많지만, 이들이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새로운 교육 방법과 기술은 학생들에게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교실에 IT 기술을 접목하는 데에 주저합니다. 가장 활발한 사업 중 하나가 아이들이 학교에 왔을 때 스마트폰이 작동되지 않도록 하는 MDM입니다. 스마트폰, 컴퓨터, 인터넷은 공부에 방해되는 요소라는 인식이지요. 그리고 우리는 공부에 방해되는 요소라고 낙인 찍은 것들, 그러니까 만화, 방송, 게임을 감추는 정책을 키워 왔습니다. 심하면 ‘사회악’ 낙인을 찍습니다. 아이들이 교과서 외에 들고 있는 것들은 모두 사회악이 됩니다.

 

디지털과 교육의 접목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에 없는 게 아니고, 아이들의 머릿속에서 지울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진짜 필요한 건 인터넷이 목적이 아니라 아이들이 정말 잘 쓸 수 있는 도구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 게 아닐까요. BETT에서 나온 이야기들은 결국 그 결과에 대한 우리 사회의 두려움을 매만져주고 있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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