캥거루가 있는 사막
해이수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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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 나가면 예전보다 젊은이들이 많아졌다. 내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 건지.

외따로 떨어져 약간 긴장된 표정으로 수속하는 젊은 친구들을 보면 놀러가는 게 아니로구나, 하고  혼자 짐작해버린다. 

그들이 돌아올 때는 그 손에 뭐를 쥐고 올까.

공항에 나가 '그들'을 볼 때면 해이수의 소설이 생각나곤 했다.

호주라는 낯선 이국에서 지내온 젊은이의 모습이 이 책에 있다.

간단하게 말하면 이 책은 매우, 신선한 작품집이다. 그래서 재미있게 읽었다.

단편 소설집을 사면 다 읽기는 힘들었지만 이건 어쩐 일인지 후루룩 읽었다.

하나하나가 같지 않고 또 다르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그중 '환원기'는 제일 품격 높은 작품이라 생각한다.  이야기가 조직되고 흐르는 것이 물처럼 유연하다.

해이수라는 사람, 보통내기가 아니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 작품이 환원기라면,

등단작 '캥거루...'는 무엇보다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쥐고 있는 작품이다.

다른 작품에 비해 소품이라 할 수 있는 '어느 서늘한 하오..'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소설류이다.

나는, 자신이 알면서도 자꾸만 함정에 빠지는 인간 부류들을 사랑한다.

이 작가의 말대로 '산다는 건 전쟁이 아니겠지만'  나는, 때로 어쩔 수 없는 것이 사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러모로 이 작품집을 읽으면서 마음의 위로를 받았던 것 같다.

낯설다는 것도 좋지만 내가 선뜻 동의할 수 있는 소설을 읽으면 기분이 충만해진다.

맞아, 맞아, 이런 거야, 하면서 백전백패 하는 내 삶에 다시한번 대들 용기를 가져본다.

해이수의 소설이 내게 그것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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