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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소의 교육론 : 에밀
장 자크 루소 지음, 안인희 옮김 / 서원 / 1997년 5월
평점 :
절판


교육학을 공부한다고 하면, 초기에 읽어야할 필독서가 아닐까. 물론 안 읽은 사람도 있겠지만, 경험주의 교육 계보를 들추면 나오는 인물이 존 듀이와 장자크 루소임을 볼때, 한번 읽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내가 영상세대임을 감안할 때(^^*), 그리고 간결, 정리, 분석, 분류의 주입식 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임을 감안할 때, 그의 물 흐르는 듯한 문체는 책을 잡을때마다 나를 1분도 못가 지겹게 만들었다. 제목을 정해놓고 쓰는 것이 아니라 주저리 주저리 생각나는대로 써나간 것 같다. 책을 읽고 있는 나도 그것을 읽다보면 어느새 새로운 주제의 내용으로 자연스럽게 넘어와 있음을 느끼는데, 그럴때마다 그의 달변에 항상 감동하였다.

이 책을 읽은후 획기적인 교육의 방법을 깨달았다고는 할 수 없다. 오히려 적어두었다가 나중에라도 써먹고 싶은 주옥같은 문장들, 삶에 대한 철학적인 표현들을 많이 건졌다는데 읽은 보람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앞부분에서 루소도 말하고 있지만, '교육론이라기 보다는 교육에 관한 어떤 공상가의 몽상'에 가깝다. 실제로 루소 자신이 자기 자식의 교육에 그다지 공을 들이거나 모범이 된 것은 아니었으므로(자기의 다섯 자식을 모두 고아원에 보낸 기이한 아버지였다고 한다. 그런데 그 당시에 이 책은 굉장한 파문을 일으키고, 루소가 정신적 지주로 까지 추앙받았다는 것을 보면, 오히려 예전 사람들이 저자와 저작과의 관계에 대해 더 관대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의 저작 역시 현실의 반영이라기 보다는 이상적인 상태를 묘사하는 쪽에 가까웠다. 선생님으로써 교육을 제공하는(?)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모든걸 감안한다고 하면서 조직한 경험들이,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너무도 턱없이 부족한 것들임을 알 수 있다.

에밀과 같이 주어진 경험에 의해 길러지는 아이의 경우, 받아들이는 지식의 양이 적은 어린 나이 때는 몰라도, 조금만 사고가 길러진다면 너무나 조잡하고 적은 경험때문에, 항상 자극과 기회에 목말라하는 아이가 될 것이다.

이 책에서 에밀은 루소 자신이다. 책을 읽을때 '에밀' 또는 에밀을 지칭하는 '그'라는 표현을 '나(루소)'로 바꾸어도 하나도 어색하지 않다. 에밀이 루소의 제자니까 그것은 당연하다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루소의 불우한 어린 시절을 감안해보면, 자기가 받고 싶었던 교육을 또 다른 자기 자신에게 계속해서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책의 끝에는 그가 진짜로 말하고 싶었던 사회계약에 대한 생각들이 나온다. 교육은 혼자 사는 인간이 아닌 사회속에서의 원만한 인간을 길러내는 것이다. 루소의 전원 생활과 자연인 사상 또한 과격화되고 악랄해지고 허풍스러워지고 조잡해진 도시 생활에 대한 대안이지 고립된 개인에 대한 사상이 아니다.

우리들은 자연 선택과 적자 생존이라는 것을 인간에 적용시킬때 인간이 잔인해지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인간은 거대한 군중이 되면서 더 잔인해지고 피폐해진다.(자연인이 된다는 것은 바로 이런 적당한 사회 속의 개인이 된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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