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 프로이트 평전 - 제2판
에리히 프롬 지음, 김진욱 옮김 / 집문당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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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읽는 내내 역자는 이 책을 빌어 이렇게 말하는 듯 했다. 

"마르크스와 프로이트를 이해하기 앞서 나의 말을 해석할 수 있는 역량과 교양을 길러라. 그리고 그들의 개념을 이론이 아닌 실전으로 이해시키겠다."  


마르크스와 프로이트에 대한 프롬의 자전적 서술임에도, 텍스트를 번역한 김진욱씨의 존재가 가장 인상적이고 돋보이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였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들의 철학보다 언어에 대한 성찰을 몇 번이나 반복해야만 했고, 역자는 프롬이 본 마르크스와 프로이트의 공통점 제 1 원칙인 "모든일에 대해 의심해야 한다." 라는 구절의 의미를 독자에게 구체적으로 확인시킨다. 


그런 역자의 의도대로 나는 "역자가 일본어 번역본을 직역한 그대로 내놓은 것은 아닌가", 아니면 "역자는 순 우리말을 저속한 것으로, 한문체 말투야 말로 고귀하고 귀족스러운 언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기 시작했고, 결국 마르크스와 프로이트의 공통점 제 1원칙을 글이 아닌 몸으로 터득하게 되었다. 이 얼마나 독자를 생각하는 고마운 역자인가.  


책 속 역자의 텍스트를 비유해보자면 이렇다.


철수는 시험(試險)을 목전(目前)에 두고서야 학습(學習)에 대한 필요성(必要性)을 인식(認識)했다. 책상에 앉아 책을 열람(閲覧)해보니 그 내용이 너무 난해(難解)하여 의욕(意欲)이 점차 후퇴(後退)하였다. 잠시후(後) 철수의 안구(眼球)가 극도(極度)의 피곤함을 느끼며 휴식(休憩)을 권(勸)하였고, 철수는 아까 구입(求入)한 음료(飮料)를 섭취(摂取)했다. 피로(疲勞)가 약간 해소(解消)되었고 공부를 속행(續行)했다.


가독성 저해, 의미파악의 어려움등은 아랑곳 하지도 않고 단어 옆에 꼼꼼히 적어둔 한문과 한문체 덕분에 나의 한문에 대한 이해도는 한층 발전했고, 더불어 한글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발전해야 하는지 곰곰히 생각해 볼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마치 우수한 교양인이 된 것같았다.


이 책이 갖는 의의는 프롬의 자전적 텍스트의 의미를 훨씬 뛰어넘어선, 독자를 계몽시키고, 형이상학을 실전주의적 현실학으로 탈바꿈시키려는 역자의 의지의 서적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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