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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담벼락에 끌고 들어가지 말라 1부 ㅣ 블랙 라벨 클럽 1
윤진아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2년 9월
평점 : 
인터넷에서 연재되던 글을 읽고서 그 감동을 떨치지 못해 개인지로 나왔던 1부를 구입한게 언제일까. 이런 작품이 개인지로 나와야 할 정도로 출판사에서는 작품들을 찾지 않나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이런 사실들로 생각하길 바라는 것은 다행히도 보석을 발견한 파피루스에서 출판을 하기 전에 이미 맹렬한 애정을 가진 독자들을 위해 개인지로 나온적이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나도 그 맹렬한 애정을 가진 독자중의 하나로서 정식 출간을 기념하면서 서평을 쓴다.
사실 나는 처음보고 반한 건 아니었다. 이 소설을 선작하고 취소하길 서너번은 했었다. 한창 연재가 빠를 시기에는 랭킹에도 쉼없이 올라와서 선작하고 읽다가 취소하고 하던 나는 그 당시 줄거리만 대충 보고 넘기던 훑어보기꾼이었다. 전쟁소설 같고, 남주 여주 다 나왔고, 어쩐지 흔한 내용같아서 오래 읽지 못했는데 어쩌다 한번 정독을 하고나서야 이 소설의 매력을 알아버렸다. 아마 이 소설의 서평을 읽다보면 느끼겠지만 다들 표현과 묘사에 찬사를 올리고 있다. 사실 이걸 부정할 수도 없는게 정말 신선하다.
책을 덮고, 아무곳이나 펼쳐도 감탄사가 나오는 표현은 책 곳곳에 숨어있다.
지치지도 않는 멍청한 짐승처럼 계속해서 잠긴 문에 들이박는 모양이었다. 그 아이가 제 문 두드리는 소리로 잠을 설칠까 두려웠다. 얘야, 시끄럽니?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머리에 찬물을 맞는 것 같은 선연한 깨달음이 있었다. 그래. 내 이럴 줄 알았지. 네게 있어 이것이 얼마나 큰 울림이겠느냐. 내가 밀고자니 구월 보름이 또 무슨 군사 날짜인 줄이나 알겠지. 무슨 날이냐니? 무슨 날이냐고? 내 마지막 월경일이다.
목 놓은 뒤 드디어, 있던 일 없는 불티처럼 사라지리라. 아델의 정말 완전한 끝까지 본 내게 더 이상 무슨 삶이 필요한가? 로크뢰에 대한 복수를 완수함으로써 그녀는 아델라이데라는 이름에 마침표를 찍는 것이다.
대충 덮었다 펴기를 세번 반복했다. 우리는 명작을 읽으면서 표현에 감탄하거나 혹은 줄거리에 감탄을 한다. 그외에 감탄을 한다면? 작가명쯤에나 감탄을 할까. 이 소설은 명백하게 표현에 감탄하는 소설이다. 한가지에대해 수많은 묘사를 하는 소설은 많이 봤지만 이 것은 그에 비할바도 안된다. 묘사가 샐러드의 소스마냥 자연스럽게 먹히는 소설이라, 만약 이 소설을 읽는 누군가가 그저 단순히 줄거리만 보려 한다거나 훑어보는 사람이라면 이 글의 재미를 느낄 수 없다. 그런 사람은 반전에 반전이 있는 반전드라마나 즐겨봐야지 어쩔 도리가 없다. 하지만 누구든 한번 머릿속에 영화 한편을 그려낼 자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소설을 추천한다.
이 소설을 읽으면 난 이 글의 인물이 될 수 있다. 작가가 표현하는 모든 것들은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우리가 읽고 상상하며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다. 그런데다 더 큰 놀람은 하나하나 개성있는 캐릭터들과 짜임새있게 꾸며진 세계관이다. 1부에서 어린애같이 나오지만 콕콕 약방 감초마냥 움직이는 시누사라던가 그런 시누사와 어울려 묵직하게 무게를 잡아주는 톨레도, 가끔 나올때마다 속시원하게 할말 해주시는 우리의 폐하 자카리. 이들이 그저 조연일 뿐인게 아쉬울 정도다. 이들의 존재감만으로도 어마어마한데 주연들의 존재감은 어떨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지?
장난이 아니다.
난 친구에게 이 소설의 줄거리를 설명하면서 잠깐 고민했다.
"왕비가 왕에게 복수하려고 기사를 돕는 이야기야."
생각해보면 줄거리도 은근 요즘 세대라면 끌릴법하지 않은가 싶다. 시시한 B급 드라마나 영화들, 소설들 만화들처럼 잠깐잠깐 눈길을 끄는 것이 아니라 명작의 끌림이 있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