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 - 방대하지만 단일하지 않은 성폭력의 역사
조애나 버크 지음, 송은주 옮김, 정희진 해제 / 디플롯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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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는 피해를 경험한 쪽이 아니라 가한 쪽의 것이다.

수치

조애나 버크/ 송은주 옮김/ 정희진 해제

디플롯


처음에 이책에 대한 서평 문의가 들어왔을 때, 겁이 났다.

에너지 소비가 꽤나 클것같아서 읽는 것 자체가 버겁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 책은 성폭력과 로컬리티과 시대적 구체성을 탐구하는 학술서에 가까운 책이기에 어렵지 않게 오히려, “내가 이런 것을 놓치고 있었구나. 너무나 막연하게 생각했구나 “

를 일깨워 주는 책이라 누구나 이책을 읽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적으로 전지역에서 공히 이토록 오랫동안 자행된 성폭력은 왜 여전히 ‘해결’ 되지 않을까. 왜 여성의 공정 지위와 성표력의 공포는 무관할까. 여성 운동이 활발할수록 성폭력은 늘어나는가. ( 엠마 왓슨는  un에서 HeForShe연설한 직후 누드사진이 공개되었고 더 공개하겠다는 협박을 곧바로 받았다: 그 사진은 합성으로 드러났다)


이책은  여성의 말하기는 왜 권위를 갖지 못하는지, 피해는 반드시 트라우마로 남는지. 여성이 스스로 몸을 자원화하는 문화가 성폭력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아가는 내용을 담고있다. 강간 희생자를 의심하는 법의학이라든가 ( 수정이 되려면 압도적인 흥분 =오르가즘을 느껴야 하기 때문에 임신하면 강간이 아니라는 뻘소리)


물론 책을 모든 파트에서 이성적으로 담담히 읽기에는 무리가 있어(예를 들어  청바지를 입고 있는 사람이 적극적 협조를 하지 않으면 (…) 벗기기란 불가능 하다며, 서로 상호 합의한 섹스를 한 것이라 판결한 판사들의 사례가 나오는 부분)

희생자- 피해자들에게 이책을 권하기는 다소 어려울 것같기도 하지만 ( 그럼에도 읽었으면 하는 마음은 있다) 

이 ‘청바지 사례’로 법에서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지 않다는 사실을 냉혹하게 일깨워준다. 또한 희생자가 거짓말을 할 가능성이 크거나, 공격당했다고 즉시 알릴 거라거나,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울 태세가 되어 있다는 믿음과 같이 강간에 대한 신빙성이 떨어지는 신화를 받아들인다. 그것을 싸우고 변화시키기 위해 무수히 애쓰고 있는 자들의 대한 이야기, 성 정체성을 교정해주기위한 정당한(?)강간이라든지, 정말 방대하고 다양한 담론을 제기하고 있다.  흥미로운 주제가 많으니 꼭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성학대에 효과적으로 대응 하려면 성 학대 희생자가 경험하는 수치를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페미니스트들은 강간이 죽음보다 나쁘다는 관점을 강조하면서 수치를 더 악화시킬 수 도 있다.  핍스를 지적하듯이,  “ 우리가 없애려고 하는 성적 차이를 생산할 위험”은 없을까?”  다시 말해서, 성 학대가 희생자- 생존자에게 수치를 안기는 방식에 관심을 쏟음으로써, 여성의 굴욕과 취약성에 대한 생각을 재각인할 위험이 있다. 여성과 다른 소수집단에 대한 남성의 권력 개념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희생자- 생존자의 수치를 당한 몸과 마음은 의존성과 행위성 부족의  관점에서만 흔히 생각된다. 그들은 온전주의적 반응을 끌어낼 수도 있다. ‘희생자’는 남성이나 특권을 더 가진 여성들의 ‘보호’를 필요한 약한 존재다. 

 그러므로 희생자- 생존자와 가족들이 수치와 수치를 주는 관행에 적극적으로 맞서왔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생존자들은 동정의 대상이 아니다. 그들은 수치스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수치에서 고개를 돌려 다른쪽을 볼 필요가 있다. 수치는 피해를 경험한 쪽이 아니라 가한 쪽의 것이다.  


수치는 성적 피해의 만연을 부인하는 사회적 상황에서 존재하기 때문에 특히 강력한 감정이다. 희생자 만들기를 둘러싼 침묵이 희생자-생존자들에게 더 ‘평범한’ 다른 사람들과 같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때문에 수치심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비가시성 탓에 그들은 자신의 경험에 대해 말하기를 주저하게 되고, 학대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자기들을 더 멸시할 거라고 여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성 학대의 범위를 알림으로써 희생자- 생존자들이 어디에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 그렇게 그들의 존재를 가시화함으로써 피해를 준 쪽의 가치를 내면화하기를 거부한다. “자신의 수치를 고백하여 수치를없앨 수 있다.”라고 철학자 어맨다 홈스는 주장한다. 정말로, 수치를 공개적으로 다시 끌어내어 반대로 바꿀 수 있다. 무엇보다도 수치는 듣는 상대에 때라 달라진다. 희생자-생존자 피해를 무시하고, 폭력을 축소하거나 강간을 변명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방에서 말한다면 수치심을 느낄 수 있지만, 페미니스트, 활동한, 분노한 생존자들이 가득한 방이라면 그렇지 않을 것이다. 미래는 바로 거기에 있다.  -8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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