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돈을 피워라 - 씨앗에서 연기까지 담배산업을 해부한다
타라 파커-포프 지음, 박웅희 옮김 / 들녘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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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담배산업을 해부한 책이라고 해서 '읽는 재미'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재밌었다. 현직 기자라서 그런지 논지나 문장이 명쾌하다. 게다가 어찌나 위트있는지. 예를 들어 담배 반대 운동가였던 영국왕 제임스 1세는 담배를 공격하는 팜플렛도 만들고 토론회도 후원할 만큼 열성적이었다고 한다. 담배에 세금을 4000 퍼센트나 매긴 사람이기도 하다. 이 왕의 업적(?)을 줄줄이 늘어놓던 저자는 이렇게 끝맺는다. '하지만 정작 귀담아 들어야 할 왕의 말을 들어줄 귀들은 연기로 막혀 있었다.'

흡연은 당연한 행위(특히 많은 남성들은 군대 가서 담배의 노예가 된다)가 아니라 참 부자연스런 행위다. 불붙은 잎사귀를 입에 물고 그 매운 연기를 들이마시면서 폐를 괴롭히는, 한 대 피울 때마다 수명이 7분씩 단축되는, 자학의 기호품이다.

그렇다. 확실히 담배는 나쁘다. 그러나 살아가면서 맞딱뜨리게 되는 온갖 고민과 분노를 하얀 연기로 날려버릴 수 없다면 정신건강에 나쁠 것 같다. 실제로 니코틴은 중압감 등의 감정을 완화시킨다고 한다. 게다가 담배의 니코틴은 '집중력을 평소보다 오래 유지해주고 마음을 어지럽히는 것들을 걸러준다'고 한다. 즉, 능률을 높여준다. 그러니 주당 노동시간이 엄청나고 밥 먹듯 야근을 하는 한국 직장인들에 담배를 끊으라는 건, 그리고 쉽게 끊을 수 있다고 유혹하는 건 거짓말이다. 금연초나 온갖 금연 보조물, 금연 책은 또 다른 담배산업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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