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가설 - 부모가 자녀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탐구
주디스 리치 해리스 지음, 최수근 옮김, 황상민 감수 / 이김 / 201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양육가설을 읽고,

 

 

선생님들과 독서모임을 하다가 읽게 된 책 양육가설

그래도 독서모임 덕분에 이런 책도 읽을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 이 양육가설 책은 엄청나게 두꺼운 책이다. 무려 총 624페이지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에 읽다가 몇 번을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하게 되는 책이었다. 처음에 이 책을 읽다가 계속 같은 의미를 반복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대체 저자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뒷장에 어떤 한 페이지를 보고 모든 것이 이해가 갔다.

 

양육가설을 한 문장으로 감히 정리해보자면 아이가 성장하는 것에 있어서 모든 것을 부모 탓이라고 하지 말자인 것 같다. 양육가설의 의미는 '부모가 아이들을 기르는 방식이 아이에게 결정적인 역할을 미친다'는 말이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이 의견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저자는 이것이 진짜일까라고 반문한다. 양육가설은 말 그대로 심리학자들이 주장하는 하나의 가설일뿐이라고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이 사실은 하나의 가설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624페이지를.... 여러 사례와 연구들로 반박을 한다.

 

프로이드 학파의 이론을 사회문화 이론의 관점으로 반박하는 느낌. 부모의 양육 환경이 아이들의 성장을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또래 관계에 영향을 많이 받으며 자란다는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책을 읽다보면 자녀-부모 효과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 부분이 인상깊었다.

부모-자녀 효과는 부모가 아이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자녀-부모 효과도 있다고 한다. 자녀의 어떠한 성향이 부모들을 지치게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내세운다. 사실 힘든 아이가 있으면 부모님의 양육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냥 유전적으로 힘든 아이가 있다는 의견이다. 그래서 부모님이 아이를 키우느라 지쳐버릴 수 있다는 의미었다.

실제로 우리 오빠는 어렸을 때 키우기가 좀 힘들었다고 한다. (지금은 오빠가 조카를 키우면서 힘들다고 그러곤 하지만... 오빠를 빼다박은 아들인 것 같다.) 가끔 부모님이 나를 대하는 모습과 오빠를 대하는 모습이 다른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반정도 읽고나서 독서모임을 가졌을 때는, 함께 하는 선생님들의 의견이 비슷했다. 저자는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이렇게 긴 예시들을 가져오는 건가라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기존의 심리학을 비난하며 결국 이 저자도 다양한 심리학 연구들을 끌어오는 것이 한계가 느껴진다고도 얘기하기도 했다.

 

이 책에 나오는 다양한 사례들은 아이들은 부모보다는 또래의 영향을 훨씬 더 많이 받는 다는 이론을 뒷받침하고 있었다. 유태인으로 수용소에 끌려갔다가 살아남은 4명의 친구들의 이야기를 예로 들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이 친구들은 어렸을 때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서로 가족처럼 지냈다. 어린 나이에도 배가 고파도 자신 보다 친구들을 먼저 챙겨주며 가족처럼 지냈다. 그리고 그들은 다 잘 자랐다.

그리고 아이들을 두 집단으로 나누어서 무인도에서 살아남게끔 한 연구도 예로 들면서 아이들은 자신들의 준거집단이 매우 중요하다는 예를 들어주었다.

또한 청소년기 아이들이 술 먹고 담배를 피는 것도 또래 집단의 문화에 흡수되어야 살아남을(?)수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름 일리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럼 이 양육 가설이 나같은 교사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는가라는 생각으로 더 읽어보았다. 이 양육가설에 나오는 의견처럼 부모보다 또래에게 더 많이 배우는 아이들이라면 교사가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8년째 교직에 있는 내 경험상 초등학생에게는 충분히 가능한 것 같다. 특히 저학년은 아이들이 생각보다 교사를 좋아하고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분위기를 바꾸기는 쉬운 것 같다.

또한 우리반, 우리 선생님의 반은 특별해라는 생각만으로도 아이들이 더욱 나은 삶을 살 수있는 원동력이 되게 한다는 것이 참 새로웠다. 그런 자부심을 심어주는 것도 교사의 역할인 것 같다.

 

이 글 중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심리 치료사가가 아이들을 상담할 때, 부모의 잘못된 양육방식 때문이라고 얘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심리치료사의 말이 아닐 수도 있다고 말 하며 그 증거들을 내세웠는데 이 부분이 이 책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인 것 같았다.

 

1. 부모가 아이들에게 자신의 역기능적 성격특질을 유전적으로 물려주었을 경우.

2. 가정에서 특정 역할을 부여받은 이유가 아이가 가진 힘든 부분 때문이었을 수 있다.

3. 아이의 성격상 다루기 힘든 부분이 있다면 집 밖에서의 사람들도 아이에게 부정적으로 반응했을거다.

4. 아이가 처한 주변 환경, 예를 들어 아버지가 알코올 중독자라서 이직이 잦다면 아이가 자주 이사 다니는 환경에 처할 수 있다.

5. 아이가 부모와 함께 있을 때 행동하는 방식이 사회에서와 다를 수 있다.

6. 심리치료사가 치료실에서 보이는 부모의 행동에만 초점을 맞춘다.

7. 아이가 가진 기질, 긍정적인 기억을 가지는 아이들과 부정적인 기질을 가진 자녀가 있을 수 있다.

8. 고통이나 기쁨을 느끼게 하는 무언가가 아이들의 성격을 바꾸지는 않을 수 있다. 아이는 그것보다 더 강하다.

이런 식의 내용이었다. 기존의 틀들을 자꾸 깨려고 하는 책이었던 것 같다.

 

계속 부모보다 또래가 더욱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이야기 하는 가운데 가족이 아이들에게 좋은 사회적 준거 집단이 되는 경우가 가능한 경우가 있다고 얘기한 부분이 있었다. 동양 문화권에서는 가능하다고 한다. 아시아권은 가족들과 동질감을 서양보다는 더 느끼게 되기 때문. (그래서 선생님들이 이 책을 읽으며 약간 공감을 못하는 것일 수도 있었겠다. 이 책은 서양의 가족이 중심이었고, 실험 대상들도 서양에서 중상위층 계층일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또래 집단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그래서 형제나 자매의 영향도 중요하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또 인상깊었던 부분은 이 부분이었다.

그래서 할수만 있다면 나는 내 아이가 따돌림을 당할 가능성을 감수하고서라도 내가 찾아낼 수 있는 최고의 학교, 똑똑하고 성실한 학생이 가득한 학교로 보냈을 것이다. ”

최고의 학교를 보내는 이유는 선생님 때문도 아니고 좋은 학업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친구들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왜 이 책을 쓰게 된 건지에 대해 알게 된 배경이 가장 인상깊었던 것 같다. 이 부분을 읽고 왜 이렇게 길고, 그리고 장황...(죄송해요. ㅠㅠ 조금 더 짧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그래도 열심히 읽었습니다.) 하게 얘기했는지 나는 완벽히 이해하게 되었다. 나는 양육가설 때문에 겁쟁이가 된 요즘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예전 아이들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예전세대는 오늘날처럼 아이를 세상의 중심인 양 추켜세우지 않았고, 아이가 부모 말을 듣지 않으면 타임아웃보다 더 심한 벌을 주었다. 이런 양육 경험을 통하여 우리는 그런 환경에서도 아이는 잘 자라날 수 있음을 깨닫는다.”

 

나 역시, 지금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이지만 요즘 아이들은 풍족한 환경, 그리고 부모가 잘 해야한다는 압박감을 가진 사람인 것 같다. 아이가 잘 못하면 모든 것이 내 탓인 것 같은 죄책감도 들고.. 하지만 생각해보면 아이들은 결핍이 있을 때 더 자라고 고난을 통해 성장하는데 부모가 겁쟁이가 되었다는 말이 완벽하게 이해가 되었다.

 

아이가 혼자 잘 못놀아서 걱정인 나, 그리고 아이가 혼자 너무 잘 놀아서 걱정인 친구. 우리 둘다 '내가 많이 못 놀아줘서 그런가' 라고 죄책감을 가지고 있엇던 경험이 생각난다. 이런 것들이 사실은 양육가설 때문에 부모들이 겪는 어려움이 아닐까, 이 얘기를 하려고 했구나라는 생각에 급 공감이 가기 시작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느낀 점은 보다 관점을 넓혀서 아이들을 바라보기, 조금 더 여유있게 키우기, 모든 것을 내 탓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여러가지 생각을 갖게 해준 책이였다. 매우 읽어볼만한 것 같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관점이 아닐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니까...

 

덧붙여. 나는 사실 이 양육가설에서 주장하는 또래집단이 아이들에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는 백프로 동의하지 않는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지켜보고, 나의 경험으로 미루어볼때 10살까지는 부모의 영향이 큰 것 같고 그 이후는 또래의 영향이 더 큰 것 같다.

고등학생 시절, 학교에서 까불고 돌아다녔는데 우리 엄마가 담임선생님에게 "우리 아이가 너무 소극적이라서 걱정되네요" 라고 하셔서 선생님과 친구들이 얼마나 비웃었던지.

문득 나의 생각을 적어보자면 그렇다.

그래도 부모라면, 교사라면 꼭 한 번 읽어봐야할 것 같은 책, 양육가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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