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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ㅣ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3월
평점 :
91년작이라 이전에 읽었던 <용은 잠들다>와 같은 시기 작품으로, 미미 여사의 초창기 작이다. 가벼운 소품이라길래 부담없이 집어들었는데, 막상 읽어보니 소품이긴 하지만 지닌 주제들은 묵직하다.
에도 시대 에도(江戶;현 도쿄)를 배경으로 한 일곱 개의 소품들은 모두 혼조의 일곱 가지 불가사의를 주제로 하고 있다. 그렇다고 정말 귀신나오는 그런 기이한 이야기는 아니다. 지극히 현실적인 것에 바탕을 둔 이야기이다. 그 불사가의가 무엇인지는 직접 책을 보도록 하시고. 각 작품들에 대한 감상 몇가지.
외잎 갈대
전형적인 자린고비 스토리. 구두쇠에 악당인 줄 알았던 사람이, 알고 봤더니 그 마을 고아들의 은인이었다는 사실. 어떤 방식이 진정으로 사람을 도우는 길인가. 과연 오우미야는 계속 번성할까?
배웅하는 등롱
사랑하는 이를 언제나 안전하게 지켜주고픈 마음. 세이스케가 진정으로 좋아한 사람은? (덧붙여 옛날 이야기들을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옛날 사람들은 15세나 16세 때 이미 어른 취급을 받았고 그 때문인지 일찍 철이 들었던 것 같다.아니면 수명이 짧았기 때문에 미리부터 어른이 되었어야 할까?)
두고 가 해자
재미있는 함정 수사. 거기에 더해 질투로 얽힌 인간의 추악한 일면. 그래도 오시즈는 잘 살 것이다. (덧붙여 지난번 슈카와 미나토의 <도시전설 세피아>에서도 나온 캇파가 등장을 하는데, 이 캇파에 대한 묘사를 볼 때마다 와우의 멀록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
잎이 지지 않는 모밀잣밤나무
전과자 아버지와 그 아버지를 미워하지만 끝내는 잊을 수는 없는 딸의 이야기. 피는 물보다 진하다. 그 아버지는 막판에 모시치가 고용을 하는데, 뒷 얘기에 나올까 했더니 그런 건 없더라.
축제 음악
모시치의 친척 아이 오토시의 이야기. 남녀간의 릴레이션쉽이란 건 대체 뭘까? 맘이 가는대로 행동하는 것이 그 누군가에겐 상처가 되지는 않을까? 오토시의 소키치에 대한 질투 스토리가 예쁘긴 했지만, 오요시의 가슴 아픈 사연은 많은 것을 돌아보게 해 준다. 일본의 에도 시대나 현재의 서울이나 어찌 그리 풍속은 비슷한 것인고...
발 씻는 저택
아름다운 사람이 너무나도 추악한 일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언제나 충격적이다. 이야기는 그 아름다운 여자도 어릴 적의 트라우마 때문에 그렇게 되었을 것이라는 암시를 주긴 하지만, 그런 걸 보고 세상은 공평하다고 하는 것일까? 하지만, 가끔은 세상이란 게 그리 공평하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꺼지지 않는 사방등
이야기의 전개가 상당히 뜬금 없었던 작품. 하지만, 마지막에 무릎을 치는 반전이. 증오의 골이 얼마나 깊어야 그런 삶을 살까? 부부의 연이라는 건 대체 무얼까......
책 말미에 옮긴 이가 토로했듯이 오캇피키 모시치를 주인공으로 한 또다른 시리즈가 나오지 않은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91년 작품이니 시리즈가 나올 희망조차도 없다는 것 또한 정말 슬픈 일. ㅠ.ㅜ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은 재미있다.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은 인간의 추악한 일면을 고스란히 드러내면서도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아 좋다. 이후 그녀의 작품을 좀더 읽어봐야겠지만, 별로 실망을 시킬 것 같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