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누군가의 영향을 받는다는 건 보기보다 복잡한 이야기다. 소설가란 사실 자기가 뭘 썼는지도 잘 모르는 종족이어서누구의 영향을 받았는지는 더더욱 알 길이 없다. 옆에서 보면 누구의 그늘 아래 작업실을 열었는지 빤히 보이는 작가가 엉뚱한작가의 이름을 대는 광경도 가끔 볼 수 있다. 이런 건 모른 척 넘어가는 수밖에 없다. 한 권짜리 단출한 ‘아웃풋‘도 설명할 수 없는데 그보다 훨씬 방대한 인풋‘을 무슨 수로 정리한단 말인가?
현대인이 다 그렇듯 소설가는 온갖 잡다한 재료를 주워 먹고 살지만, 공개된 채널에서 "당신은 누구의 영향을 받았나요?" 하는질문을 받으면, 그중에서 제일 근사해 보이는 요리의 이름을 대고 마는 것이다. 오르한 파묵이나, 아니면 필립 K. 딕이라도물론 아지즈 네신이 불량 식품이라는 말은 아니다. 단지 한국인이 잘 모르는 훌륭한 작가일 뿐이다. 내가 그에게서 영향을받았다고 생각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물론 웃음이다. 세상의 부조리를 다루고 있지만, 입꼬리가 비틀어지지 않는 상쾌한 웃음.
옷을 사람이 누구고 웃음의 대상이 누구여야 하는지 헷갈리지않는, 건강하고 소박한 유머 감각 같은 것들. - P1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