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 누구나 교양 시리즈 5
페르난도 사바테르 지음, 안성찬 옮김 / 이화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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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윤리학 교수, 철학과 교수로 재직했던 저자의 청소년을 위한 정치 개념서이다. 저자는 베스트셀러 <윤리,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와 <철학,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도 펴냈다.

언뜻보면 세계사에서 정치사상의 흐름 위주로 펼쳤을 것 같지만 230 페이지에 이르는 청소년 대상의 이 책이 다루기에는 방대했을 것이다. 책은 정치체제 자체보다는 간략하게 사회의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으로서의 정치의 양상과 권력이 어떻게 집중돼 왔는지를 살펴보고, 자유로운 한 개인으로 정립한 뒤에 더불어 사는 사회의 구성원이 되자고 한다.

흥미로운 부분은 저자가 많은 예를 들었던 그리스 사회 관련이었다. 트로이 전쟁에서 그리스군의 지도자들이 분열과 원한 상태에 대치하자 오디세우스가 한 사람에게 복종하는 편이 위험 상황에서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여 아가멤논의 권위에 복종하는 편에 섰다고 해석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고전적 민주주의의 형태로서, 고대 아테네에서 스포츠와 연극이 정치적 평등의 직접적인 결과물이라고 본 점도 흥미로웠다.

저자는 인종주의나 민족주의는 배격하고 있으며, 극단적 환경보호주의, 즉 '생태주의'가 종교화되는 것에 대해서는 경종을 울리고 있다. 또한 정치 혐오증이나 무관심이 정치의 부패를 유발한다고 우려를 표명하며, 유토피아는 광적인 이상이며 정치적 이상을 진보적이라고 하면서 지향하고 있다. 공동체의 자유로운 구성원으로 정치에 관심을 갖고 개입을 하고 연대를 가지도록 하며, 행복은 정치에서가 아니라 스스로 작은 데서 찾도록 현실적인 조언으로 끝맺고 있다.

전체적으로 정치란 무엇인지, 어떤 태도로 정치를 바라볼 것인지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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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성시를 만나던 푸르스름한 저녁
권성우 지음 / 소명출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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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의 산문집이 궁금해 읽게 된 책이다. 저자는 30여년 평론을 해왔다는데, 아마도 본인도 산문집 하나쯤은 내고 싶어 발간했으리라 짐작한다.

전체적인 책의 분위기는 좀 묵직하다. 워낙에 평론가가 대상으로 하는 작품들이 문학성이 있고 성찰하고 화두가 될만한 소재들로 채워져 있어 진지함이나 분석적이고 비판적인 자세가 몸에 배어 있겠지만, 저자가 펼쳐낸 이번 산문집 역시나 무겁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 묵직함은 아마도 우리 문학사에 굵직한 시대정신을 담은 최인훈, 조세희를 대상으로 한 단상들도 있고, 반 고흐처럼 절절한 고독속에 산 인물을 써낸 것도 있으며, 김석범처럼 디아스포라가 절절이 배어있는 재일 문학인을 그려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대부분은 짧은 글들이지만 80년대 캠퍼스 생활을 하여 민주화운동의 현장에 있던 흔적인지 정치적인 분위기가 묻어나는 에세이도 꽤 있어 분량에 비해 가볍게 읽히지가 않았다.

좀더 개인적인 감상을 드러냈다면 저자가 대학에 있다보니 자신의 추억속 대학과 현대의 대학 생활의 분위기 차이라든지 격세지감이라든지를 담고 있다.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작가>에 드러나는 그만의 작가로서의 가치관에 따른 자유로운 행보에 대한 부분이었다. 또한 이 책을 통해 이전에 몰랐던 작가도 새로이 알게되었는데, 김학영의 <얼어붙은 입>과 김석범의 대하소설 <화산도>, 매리앤 울프의 <다시 책으로>는 저자의 글을 보고 읽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사놓고 읽지 않은 <발터 벤야민 평전>이나 <반 고흐, 영혼의 편지>도 일독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평가를 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저자의 본업인 비평만큼이나 묵직하고 진지한 산문들이었는데, 책을 통해 우리의 현대 문학이나 재일 교포의 문학에 대해서도 한 조각씩 알게 되어 읽을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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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 -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신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
네이딘 버크 해리스 지음, 정지인 옮김 / 심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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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궁금해서 읽게 되었다. 저자는 자메이카 출신 이민자로 공중보건학도 함께 공부한 미국의 소아과 의사로, 샌프란시스코를 거점으로 하는 "아이들을 위한 웰니스 센터 The Center for Youth Wellness"의 설립자라고 한다.

저자의 이력이 독특한데, 미국에서 최하층 빈민가이자 우범지대인 샌프란시스코의 베어뷰에서 소아과 진료를 하면서 환자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질병에 대해 놓치지 않고 그 기저에 깔려 있는 위험 요인이 무엇이 있을지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때마침 선행 연구였던 '부정적 아동기 경험 연구 Adverse Childhood Experience study (ACE study)'를 접하였다. 저자는 이를 더 발전시켜 공중보건적으로 ACE지수로 선별작업을 하여 신체적/정서적 학대, 방임, 폭력 등 유독성 스트레스를 겪은 아이들을 찾아내고 적절히 대처하면 중요한 각 발달 단계에서 정상적인 성장과 발달을 이룰 수 있다고 한다. 만약 ACE 지수가 4점 이상이라면 허혈성 심장질환이나 암, 뇌졸중, 당뇨 등의 질환을 어른이 되어서도 겪을 수 있고 대물림도 될 수 있다. 유독성 스트레스에 대한 치료로는 수면, 운동, 영양, 마음챙김, 정신건강, 건강한 관계 측면에서 다룰 수 있다.

어린시절의 유독성 스트레스가 생물학적인 변화를 일으켜 신체적, 심리적, 정신적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방치하지 말고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신선한 개념이 펼쳐져 있는 흥미로운 책이었다. 또한 빈민 사회에서만 ACE 지수가 높은 것이 아니라, 공개하기를 꺼려해서 그럴 뿐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교육을 잘 받은 커뮤니티에서도 ACE가 높은 사람들이 일관되게 있다고 한 점도 신선했다. 특히 저자가 열과 성을 바쳐 본인의 진료와 연구에 매진하고 결국에는 개인의 행복과 사회 전체의 행복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ACE 연구와 선별검사를 전파하려는 대외활동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에너지가 아주 넘치는 따스한 감성의 소유자로 느껴진다.

다만, 유독성 스트레스가 단순히 심리적인 영향만은 아니라면서 과학적으로 실제 미치는 영향에 대한 근거로 기존에 있었던 스트레스 반응 체계에 대한 설명 위주로만 있어서 아쉬웠다. 구체적으로 어떤 생물학적인 메커니즘과 신호 전달 체계로 각 질환이 발현되는지 의학적 근거를 새로이 내세우지는 않아 아쉬웠다. 또한 디에고라는, 베어뷰 진료소에서 성장 지연을 겪고 있던 아이를 치료하고 십여년간 살펴보았던 이야기에서, 삶을 정상궤도로 돌려놓고 잘 지내다가도 과거에 유독성 스트레스에 노출된 경험이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예시를 들었는데, 갑자기 총격사고로 사망한 친구로 인해 극심한 슬픔과 자살을 암시했다는 대목이 있었다. 이는 평생에 걸쳐 질병으로 이끌려고 하는 유독성 스트레스의 생물학적 매커니즘 자체보다는 우범지대에 사는 열악한 환경요인으로 봐야 할 것 같다.

전체적으로는 새로운 의학 개념을 전파하면서 구성원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하는 저자의 의욕과 도움의 손길이 매우 인상적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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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위한 인문학 - 집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노은주.임형남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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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향취가 있는 우주, 집


최근에 집을 구매하고 직접 꾸미게 되면서 궁금함이 생겨 읽게 된 책이다. 저자는 건축학과 동기로 함께 건축사무소를 운영하는 부부라고 한다.

책에는 이 부부가 전국의 여러 땅과 건물을 둘러 보면서 인상적이었던 건축물에 대해 풍부한 사진 자료를 수록해 놓았고, 이와 함께 인문학적, 예술적인 식견과 감상을 펼치고 있다. 물론 부부가 의뢰받아 지은, 건물주의 정신과 건축가의 감각이 합쳐져 빚어낸 집의 사진들도 곁들여져 있다.

사진이나 글을 보건대 집을 재테크의 수단으로 보는 최근의 대중의 태도를 벗어나 사람의 온기가 있고 숨결이 깃든 따스한 공간으로 보는 관점이 잘 녹아 있다. 또 저자가 건물을 지을 때 먼저 건물주와 많은 대화를 하고 그들의 가치관이 반영되도록 노력하는 모습도 느낄 수 있었다.

책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취향이 서로 다른 부부 의뢰자를 위해 지은 강원도 원주의 남편채(서양식 건축)와 부인채(한식 건축)였다. 공간이 각기 독립적이면서도 서로 맞닿아 있어 부부의 개성과 함께 합일이 느껴져 인상적이었다. 시인과 소설가 같은 문인들의 집과 공간에 대해 이야기 해 놓아 예술적인 감성도 물씬 묻어났다.

책에는 조선시대의 건축물과 이에 얽힌 이야기도 풍부하게 나와 있었는데, 한옥에 대한 최근의 인기에 대해서도 분석을 하며 소회를 드러내어 유익하게 읽혔다.

전체적으로 풍부한 사진 자료와 함께 집에 대한 따스한 인문학적 감성이 짙게 묻어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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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운명을 바꾼 약의 탐험가들
도널드 커시.오기 오가스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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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한 약 탐험의 역사


약이 어떻게 발명되고 인류에게 이용되었는지 그 역사가 궁금해 읽게 된 책이다. 저자들은 베테랑 신약 연구자와 전문 과학 작가 두 명으로 구성돼 현직에서 보고 들은 여러 가지 생생한 이야기들을 풍부하게 접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사실 약이 발명된다고 생각했지만, 이 책을 통해 보면 발명이 아니라 발견에 가깝다. 저자들이 표현하기로는 거대한 바벨의 도서관에서 딱 필요한 변론서를 찾아내듯이 치료에 도움이 되는 약을 발굴하는 아주 무지막지하고 거대하고 지난한 작업이며, 에디슨이 전구 발명과 비슷하게 숱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많은 경우 우연에 기대어 발견된다.

이런 우연의 역사에 첫 등장한 약은 기원전 3300년 신석기 시대에 쓰인 약 덩어리 유물인데, 이로부터 시작해 식물의 시대, 합성화학의 시대, 흙의 시대, 유전자 의약품의 시대를 거쳐 약의 발견을 통시적으로 아우른다.

이에 따라 책에는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약의 탐험에 대한 풍부한 사례가 나오는데,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흙속 미생물을 뒤진 끝에 이뤄낸 라파마이신의 발견과 여러 인물들의 역할이 절묘하게 합쳐진 피임약의 개발이었다.

책은 방대한 이야기를 하기 때문인지 지루함을 피하고자 유머러스한 문장도 많아 읽는 즐거움이 있었다.

전체적으로 약 탐험의 역사를 흥미진진하고 파헤쳐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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