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성시를 만나던 푸르스름한 저녁
권성우 지음 / 소명출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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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의 산문집이 궁금해 읽게 된 책이다. 저자는 30여년 평론을 해왔다는데, 아마도 본인도 산문집 하나쯤은 내고 싶어 발간했으리라 짐작한다.

전체적인 책의 분위기는 좀 묵직하다. 워낙에 평론가가 대상으로 하는 작품들이 문학성이 있고 성찰하고 화두가 될만한 소재들로 채워져 있어 진지함이나 분석적이고 비판적인 자세가 몸에 배어 있겠지만, 저자가 펼쳐낸 이번 산문집 역시나 무겁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 묵직함은 아마도 우리 문학사에 굵직한 시대정신을 담은 최인훈, 조세희를 대상으로 한 단상들도 있고, 반 고흐처럼 절절한 고독속에 산 인물을 써낸 것도 있으며, 김석범처럼 디아스포라가 절절이 배어있는 재일 문학인을 그려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대부분은 짧은 글들이지만 80년대 캠퍼스 생활을 하여 민주화운동의 현장에 있던 흔적인지 정치적인 분위기가 묻어나는 에세이도 꽤 있어 분량에 비해 가볍게 읽히지가 않았다.

좀더 개인적인 감상을 드러냈다면 저자가 대학에 있다보니 자신의 추억속 대학과 현대의 대학 생활의 분위기 차이라든지 격세지감이라든지를 담고 있다.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작가>에 드러나는 그만의 작가로서의 가치관에 따른 자유로운 행보에 대한 부분이었다. 또한 이 책을 통해 이전에 몰랐던 작가도 새로이 알게되었는데, 김학영의 <얼어붙은 입>과 김석범의 대하소설 <화산도>, 매리앤 울프의 <다시 책으로>는 저자의 글을 보고 읽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사놓고 읽지 않은 <발터 벤야민 평전>이나 <반 고흐, 영혼의 편지>도 일독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평가를 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저자의 본업인 비평만큼이나 묵직하고 진지한 산문들이었는데, 책을 통해 우리의 현대 문학이나 재일 교포의 문학에 대해서도 한 조각씩 알게 되어 읽을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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