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을 부르는 외교관 - 30년 경험을 담은 리얼 외교 현장 교섭의 기술
이원우 지음 / 글로세움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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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31년간 외교 현장을 누비면서 다양한 활약을 펼친 외교관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교섭의 테크닉을 펼쳐 보여주는 저서다. 올해 정년퇴직한 외교관의 생생한 체험이 녹아 있는 흥미진진한 책이다. 외교라는 생소한 분야에 대해 호기심을 다소나마 풀 수 있을까 싶어 읽게 되었다.

첫부분은 간략한 자서전 비슷한데, 외교부에 입문하기 전까지 어린 시절과 학창시절, 3년간의 IBM 근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공부만 한 책상물림만 아니라는 듯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행동력을 보여주는 일화들이 나오고 있다. 또한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치른 행정고시 2차 시험에서 정권을 비판한 내용을 기술하여 낙방했다는 일화도 기재했는데, 어쩌면 이들 에피소드들을 통해 저자가 현실에 순응하여 고시공부만 해서 정부 관료가 된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소신을 가지고 관철했다는 점을 어필하고자 한 듯하다.

이러한 첫 몇 페이지 이후에 본격적으로 외교 현장에서 발휘했던 교섭의 기술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주고 있다. 다만, 아무래도 국가 기밀을 책에 쓸 수 없다보니 민감한 국제 정치 사안 보다는 현지 교민 사회에서의 분쟁이나 긴박한 민간 사안 처리 위주로 다루고 있다. 31년의 근무기간이니만치 여러 특이하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펼쳐지는데, 저자가 러시아에 정통한 외교관이다 보니 블라디보스토크나 모스크바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들이 많았고, 그 밖에 영국이나 미국, 한국 본부에서도 활약도 기재돼 있다.

의외로 저자가 활약을 펼친 교섭 테크닉의 기원은 외교부 입부 전 IBM에서 배웠던 LSP (Logical Sellling Process; 6단계로 그 중 핵심은 친밀감 표시(라뽀), 상대방 입장에서 이야기하기, 반론 대응)였다. 저자가 1980년대 중반에 배웠던 교섭기술인데 31년간 활용했다니 놀라운데, 아마도 저자의 외교 감각, 문제 분석력과 위기 대처 능력도 보태어져 그렇게 크고 작은 성과를 남기지 않았나 한다. 보여 준 교섭 에피소드 중에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저자 자신도 업적으로 생각하는, 폐교 위기의 모스크바 한국 학교를 살리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애쓴 것, 영국 공항에서 입국 못할 뻔한 난타 공연자들을 도운 것, 외규장관 의궤 반환을 위해 활약한 것 등이 있다. 또한 동해 병기에 대해 저자가 미국에서 노력해서 거의 시행 직전까지 갔지만 모종의 외적인 이유로 불발된 것은 아쉽게 남는다.

다만, 아쉬웠던 부분은 에피소드가 모두 저자의 성공적인 활약상으로 채워져 있다는 점인데, 노력하다 잘 안 된 일도 있을 수 있고 그런 이야기도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을텐데 이 책엔 없었다는 것이다 (동해 병기는 외적인 요인으로 무산됐으니 어디까지나 저자 탓은 아니다).

책에서 얻을 수 있었던 교훈은 교섭 대상과 친밀감을 갖기 위해 라뽀를 형성할 만한 것을 찾는 노력과, 위기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대응하면서 진솔함을 바탕으로 상대방의 의중을 바꿀 수 있는 논리와 심리적 반응 전략을 찾으라는 것이었다. 또한 예기치 않게 도움의 손길을 받게도 되는데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해 놓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도 보여준다. 결국은 운이란 이런 여러 가지 능동적 행동과 태도에서 따른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풍부한 에피소드에 곁들여 평소 잘 알 수 없었던 외교관의 업무와 현장에서의 활약상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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