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콜드 블러드 트루먼 커포티 선집 4
트루먼 커포티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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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먼 카포티 작품으로는 이 책을 처음 읽게 되었습니다. 카포티 선집 세트를 사면 준다는 책갈피도 예뻤고, 선집 발간 기념 이벤트로 받은 작가노트도 고퀄이었습니다. 


이 책은 500페이지가 넘지만 카포티가 워낙 글을 잘 써서 술술 읽혔습니다. 소재부터 구성까지 소설같은데 실제로 있었던 일들을 바탕으로 (카포티말로는 95%의 정확성이라고 합니다) 쓴 논픽션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카포티가 워낙 구성을 드라마틱하게 잘 해서, 그리고 문장도 간결하게 써서 소설만큼 가독성 좋고 재미도 있습니다. 


처음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범인이 잡힐 때까지는 추리소설같고, 범인이 잡힌 이후로는 법정소설같기도 합니다.  또 당시에는 논의가 활발하지 않았던 반사회적 행동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등 시대를 앞서가는 서술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을만큼 흡인력이 좋았습니다. 이 책을 바탕으로 <카포티>라는 영화도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시간 나면 한 번 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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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기 구겐하임 - 모더니즘의 여왕 현대 예술의 거장
메리 V. 디어본 지음, 최일성 옮김 / 을유문화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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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인 재능은 없었지만 스스로 예술계에 몸을 던져 예술가와 교류하면서"


라는 책 소개 문구와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의 인지도 때문에 끌려서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게 되었습니다. 을유문화사에서 나오는 책은 무조건 믿고 읽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사 보고 싶었지만, 하필 붕 뜨는 시간에 도서관에서 발견하게 되는 바람에.


그런데 이 책의 구성은 


(예를 들자면) 19**년 **월 **일 페기 구겐하임이 A,B,C라는 사람을 만났다. A는 예술가였고, B는 사진가였고, C는 작가였다. 19**년 **월 **일 페기 구겐하임은 D,E,F라는 사람을 만났다. D는.....


라는 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잠깐 등장하는 사람이 수백명이 넘고, 이런 일자별 사건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집니다. 다 읽고 나니까 500페이지가 넘는 연표를 읽은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일자와 사건은 매우 자세히 나와있지만 그 이면의 이야기 즉, 페기 구겐하임의 내면의 변화에 대한 서술이 없어서 이 점이 아쉬웠습니다.(페기의 내면에 대한 이야기는 페기 구겐하임 회고록이 따로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반면 저자는 페기 구겐하임을 비난하는 주변인물의 평가에 대하여 다른 증거를 들어 변호해주는 듯한 시각은 좋았습니다. 그리고 저자는 세간의 페기에 대한 비난에서도 그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대부분 중립적인 서술이었지만 이러한 부당한 평가에 대해서는 소신있게 서술하여 그점이 좋았습니다. 


페기 구겐하임은 태어날때부터 죽을 때까지 부자였기 때문에 보통사람들과는 출발선 자체가 달랐던 것 같지만, 그래도 그 당시 상속녀들이 적당히 사교계에 데뷔해서 집안에서 정해준 남자와 결혼하고 여생을 조용히 살아가던 것과 다르게, 적극적으로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간 점은 높이 살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페기 구겐하임의 일생에 대하여 중요한 사건이 빠짐없이 서술되어있기 때문에 구겐하임의 일생에 대한 좋은 자료가 될 것 같습니다. 


페기 구겐하임이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의 설립자인 줄 알고 읽게 되었는데, 그게 아니라 페기는 구겐하임 미술관 설립자의 조카이며, 뉴욕 구겐하임과 별개로 미술품을 수집하였고, 오히려 죽기 전까지는 뉴욕 구겐하임과 노선이 달랐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페기 구겐하임 소장품은 베네치아 구겐하임에 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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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으로의 긴 여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9
유진 오닐 지음, 민승남 옮김 / 민음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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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민음세계문학전집을 약 50권 정도 갖고 있는데 그 중 가장 아끼는 책입니다. 저는 희곡을 거의 읽지 않지만, 어쩌다 읽은 희곡은 소설보다 더한 감동을 줄 때도 있습니다. 이 책의 경우가 그러합니다. 


이 책은 아버지, 어머니, 큰 아들, 작은 아들 이렇게 네 명이 나옵니다. 돈에 눈이 멀어 가정과 커리어가 망가진 아버지, 남편의 인색함 때문에 마약 중독자가 된 어머니, 애정결핍으로 알콜중독자가 된 큰 아들, 이런 가족들을 견딜수 없어하고 폐병에 걸린 둘째 아들. 이 네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먹먹합니다. 유진 오닐이 이 희곡을 왜 눈물로 썼는지 알 것 같습니다.


네 등장인물에게 모두 연민을 느끼게 합니다. 유진 오닐이 애증관계에 있는 가족들에 대해 끝내 연민의 눈길을 거두지 않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등장인물에게는 저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있습니다. 아버지는 아일랜드의 기근으로 굶주린 성장환경을 혹독하게 겪은 탓에 인색해져 버렸고, 어머니는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마약에 의존하게 되었고, 이런 부모님 아래서 형제들은 더할 나위 없이 상처 입은 채 자란 것입니다. 특히 제4막이 좋습니다. 소설과 다르게 어떻게 대사만으로도 그들을 그토록 잘 이해하게끔 하는지. 


기회가 된다면 꼭 연극으로도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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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 곡예사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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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이 미스터 버티고 입니다. 저는 버티고가 우리말로 버티다의 변형인 줄 알았습니다. 이 책은 잘 버티는 남자에 대한 익살스런 소설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영어로 현기증이라는 뜻이더라는.


이런 무식을 뒤로 하고 읽은 이 소설은, 폴 오스터 작품 답게 술술 읽힙니다. 외삼촌으로부터 학대당한던 월트는 유대인 사부인 예후디를 만나서 공중곡예를 하는 훈련을 받게됩니다. 그런데 그 훈련 내용이라는 것이 산채로 매장하기, 온몸에 꿀 발라서 세워놓기, 손가락 자르기 등으로 보통사람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월트도 훗날 회상하기를 요즘으로 치면 아동학대감이라고 합니다. 저는 요즘 사람이라 이 부분을 읽어내기가 힘들었고, 그래서 예후디 사부가 미웠고, 월트가 도망가다가 다시 잡히는 장면에서 안타까웠습니다.  


예후디가 오랜세월 세상을 뒤져서 드디어 공중에 뜰 수 있는 인간의 자질을 갖춘 소년을 발견하는데 그것이 월트입니다. 월트의 어떤 점에서 그런 자질이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습니다. 그 부분도 궁금한데,월트의 물음에 예후디 사부는 월트가 가장 작고, 더럽고, 영락했기 때문이라고만 대답했습니다. 이게 공중 곡예와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그렇다고 합니다. 


월트는 드디어, 공중 곡예에 성공하고, 미국 곳곳을 다니면서 공연을 해서 조금씩 돈도 벌고 명성이 높아갑니다. 그러던 와중에 외삼촌이 월트를 찾아내서 납치하고 예후디에게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합니다. 외삼촌은 평면적이리만큼 악역입니다. 이건 뭐 소설의 긴장감과 위기를 발생시키기 위해 등장하는 도구같은 인물입니다. 월트가 기지를 발휘해서 납치로부터 풀려나고, 월트는 그 이후 더 유명해져갑니다. 그런데 월트는 사춘기를 맞이하게 되고, 월트의 몸이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변화를 겪으며, 공중 체류 시간에 비례하여 극심한 두통을 겪게 됩니다. 미스터 버티고는 여기서 나오는 제목입니다. 


예후디 사부는 공중곡예의 전문가인 만큼 월트의 재능이 끝이 났다는 것을 직감합니다. 예후디 사부는 월트가 거세할 경우 다시 공중곡예에 성공할 확률은 반반인데, 불확실한 리스크를 감수하느니 그냥 공중곡예를 포기하고 배우로서 제2의 삶을 같이 살아가자고 제안합니다. 여기서 예후디 사부가 월트를 사랑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보통 영화, 소설에 나오는 악랄한 매니저는 예술가를 쥐어짜고 마는데, 예후디는 월트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었고, 또 월트를 버리지 않고 청사진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위에서 민폐끼친 외삼촌이 또 등장합니다. 월트와 예후디가 할리우드로 떠나는데 노상강도로 그들을 위협하고 그들이 가진 돈을 다 털아갑니다. 외삼촌이 노상강도를 하다가 그들을 만난 것이 우연인지, 아니면 그들을 미행하다가 계획적으로 접근한 것인지는 글만 봐선 모르겠습니다. 우연이라면 대단한 불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예후디 사부에게 치명적인 부상을 입히고 맙니다. 예후디 사부는 이미 암 말기 환자였고, 또 월트에게 짐이 되기 싫어 권총자살을 하고 맙니다. 아, 외삼촌 정말 싫었습니다. 월트가 느낀 마음의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 


또 하나 이 소설에서 인상적인 장면은 KKK단원들이 예후디의 오두막을 습격하여, 월트와 예후디에게 가족같던 수 아주머니와 이솝을 잔인하게 살인한 것입니다. KKK단원들이 악랄한 인종차별주의집단이라는 것은 상식으로 알고 있었지만 그들의 만행이 이토록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라서 새삼 기겁하였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선량한 사람들을 단지 인디언이라는 이유로, 흑인이라는 이유로 처단하고도 아무일 없다는 듯이 일상으로 돌아와 친절한 소시민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예후디의 조용한 말에 어찌나 화가 나던지.  폴 오스터는 미국의 20세기 초 역사를 훑으면서 잊어서는 안되는 뼈 아픈 과거를 이 소설에 새겨넣었습니다. 추상적으로 나쁘지, 라고 생각했던 인종차별주의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악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지를 간접적으로 나마 알게 되어서 이 소설에 고맙게 생각합니다. 


예후디 사부의 사후, 월트의 인생은 좋았다가 나빴다가를 반복하며 결국에는 좋게 끝납니다. 특히 월트가 한물간 야구선수 디지를 자기와 동일시 하며 결국 그가 가장 좋았을 때 기억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금 죽어야 한다는 무시무시한 생각에 사로잡혀 그를 죽음으로 몰아가고자 할 때, 월트가 미친 것 같았습니다. 아니 디지는 디지고 월트는 월튼데. 그런데 월트는 최고의 인기를 찍던 중 사춘기를 맞아 대중에게 잊혀지고 만, 그래서 죽도록 힘들게 살았던 지난 세월을 때문에 본인도 본인이 미친 것을 알면서도 멈출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정신나간 줄 알면서도 그만둘 수는 없는.


위 사건을 계기로 월트가 다시 모든 것을 잃었다가, 그 후 평범한 인생을 살고, 말년에는 다시 예후디 사부와 같이 살던 고향으로 돌아가 훈훈한 결말을 맺습니다. 월트가 마지막을 함께하는 위더스푼 부인은 멋진 여자 캐릭터입니다. 


공중곡예사는 늙은 월트가 자신의 인생을 지배한 십대시절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소설입니다. 그리고 월트가 보낸 20세기 초 중반 미국의 분위기도 잘 나타나 있고, 폴 오스터가 좋아하는 야구에 대한 애정도 느낄 수 있습니다. 공중곡예라는 특이한 소재를 다루었지만 이러한 환상적인 소재 외에는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담아내었기에 오히려 환상소설이라기 보다는 성장소설에 가까울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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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세계 미술의 역사 - 동굴 벽화에서 뉴 미디어까지
DK 편집부 엮음, 이윤희 외 옮김 / 시공아트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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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비싸지만 종이질도 좋고, 인쇄상태도 훌륭합니다. DK편집부에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잘 모르지만 DK 출판사가 미술서적으로 유명한 출판사인가봐요. 웬디베켓수녀의 명화이야기도 이 출판사에서 나왔던 것 같은데. 아무튼 시공아트가 번역, 출간했는데 고퀄리티로 만들어서 좋습니다. 


처음에는 미술의 개념이 설명돼있고, 그 뒤에는 연대기 순으로 쭉 유명한 작품을 훑습니다. 자세한 설명도 있지만, 일단 넘어가고 한 번에 쭉 읽으면 대강의 미술사조가 눈에 보입니다. 그림이 화려했다가 복잡했다가 단순했다가 시대에 따라 화풍이 휙휙 바뀌는 게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그림은 설명을 자세히 읽어보고 작품명을 기억하고 넘어갔습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우리나라 미술에 대해서는 설명이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인도, 인도네시아, 중국, 일본의 미술은 몇 페이지씩 할애했는데, 우리 미술은 언급이 없습니다. 아직 우리나라 미술이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는 것은 아닌 가봅니다. 유일한 한국출신으로 백남준 아티스트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미술교양서적으로 손색이 없을 만큼 친절한 설명과 도판이 좋았습니다. 저와 같은 미술 문외한을 겨냥한 책이라 그런 듯합니다. 가끔 시간 날때 무릎 위에 올려놓고 휙휙 책장 넘기기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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