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거지 부부 - 국적 초월, 나이 초월, 상식 초월, 9살 연상연하 커플의 무일푼 여행기
박건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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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아야 행복한 삶일까? 어떻게 살아야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까? 성공하면 행복한 삶일까?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준으로 보면 학벌은 적어도 대학까지는 나와야 사회에서 인정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직장은 중소기업 정도는 되어야 한다. 소위 중산층이라고 하면 중형 차 정도는 있어야 하고, 아파트도 한 채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삶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일한다. 목적을 이룬 사람들은 성공했다고 말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한다.

반대로 고등학교도 제대로 못 다녀서 검정고시를 통해 고등학교 학력을 겨우 취득하고 나이가 들어도 변변한 직장 하나 없으며 모아놓은 돈은커녕 가진 돈도 없는 사람은 사회적 잣대로 볼 때 수준 미달이라 평가받을 수 있다.

아무리 성공의 기준과 행복의 기준이 나 자신의 만족도에 달려있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사회가 만들어 낸 기준으로 평가를 하고 색안경을 끼고 본다.

<글로벌 거지 부부>의 박건우 저자도 대한민국 사회의 기준 잣대로 보면 수준 미달이다. 고등학교 학력도 검정고시를 통해 취득하고 변변찮은 직장도 없고 모아놓은 돈도 없다. 더구나 자유분방한 성격을 표현해 보이는 외모는 더더욱 사회의 시선에서 외면당하기 쉽다. 저자 또한 책 속에서 사회가 보이는 부분만으로 평가하는 것에 대한 지적을 한다.

p194~195

다른 건 몰라도 자신 있게 일본어가 특기라고 말할 수 있는 나는 일본어를 활용할 수 있는 일을 위주로 인터넷 구 인사이트에 이력서를 돌렸다. 하지만 대부분의 구인처가 대졸을 필수로 하는 터라 조건 미달이 나에게 연락 오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중략)

하루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면접을 알리는 전화가 걸려 왔다. 고학력 관광안내원을 모집하는 한국 관광협회에서 온 전화였다. (중략)

면접은 여러 명이 한꺼번에 보는 동시 면접 형식의 일본어 테스트로 나는 다른 면접자들이 쉽게 답하지 못하는 질문들을 막힘없이 대답해내면서 분위기를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끌었다. (중략)

그때 초반부터 지방 비하 발언을 일삼던 면접관 중 한 명이 내 머리 스타일을 가지고 트집을 잡았다. (중략)

면접관의 희롱하는 듯한 말투에 심기가 불편해진 나는 곧바로 정색을 하고 대답했다.

"머리 스타일이 자유분방한 것과 일의 능률은 상관없죠."

그러자 면접관이 갑자기 엄한 표정을 지으며 "박건우 씨와 우리는 인연이 없네요,"라는 말과 함께 아까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그 자리에서 '불합격'통보를 때려버렸다.


뛰어난 일본어 실력이 있어도 서류상의 자격 미달과 눈에 보이는 외향만으로 그 사람의 실력을 평가 내리는 이 사회의 잘못된 부분을 저자는 생생한 경험을 통해 지적해 주고 있다.

<글로벌 거지 부부>를 처음 읽어내려가면서 솔직히 나도 사회적 관념의 일반적인 기준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보았다. 저자의 학교생활은 문제아로 인식될 수 있는 학창 시절이었고 학교를 그만둔 후에는 소위 말하는 딴따라 생활을 하였다. 이러한 저자의 초반 이야기는 나의 흥미를 끌지 못하였다.

저자가 태국 여행에서 그의 평생의 반려자인 9살 연상의 일본 여인 미키를 만난 후의 이야기부터 점점 흥미로웠고 저자의 삶을 다른 각도로 바라보게 되었다. 저자가 미키를 만난 건 최고의 행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미키도 결코 평범한 여인은 아니었다. 일본인들의 사고방식이나 사회풍토를 잘 모르지만 미키도 저자만큼이나 일본에서 말하는 사회 기준과는 분명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글로벌 거지 부부>속의 부부는 자유로운 영혼을 추구하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어딘가에 얽매이기 보다는 자유로운 생활을 추구하고 한곳에 안주하기 보다는 새로운 삶의 개척을 즐기는 듯하다.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해 현재를 즐기지 못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는 듯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글로벌 거지 부부>의 여행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들이 그저 즐기기 위해 여행을 다닌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들은 잘 사는 나라로 휴양여행을 떠난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또 다른 삶의 체험을 위해 여행을 다닌다. 그리고 부부는 여행 속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삶의 지혜를 얻고 깨달음을 얻는다.

나와는 너무나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부부의 이야기이지만 그 속에는 숙연해지는 이야기들도 있고 배워야 할 정신도 들어있다. 특히 이야기를 더욱 생생하게 만들어주는 사진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저절로 웃음이 나게 만든다. 자유로운 영혼의 이야기를 담은 글처럼 사진마저 한 장면 한 장면 모두 생생하게 살아움직이는 듯 자유로운 모습들을 찍었다. 아름다운 장면들을 찍어놓은 흔해빠진 풍경사진들이 아니다. 부부의 일상과 여행지에서의 평범한 모습들을 담았지만 결코 평범해 보이지 않는 특별함이 느껴진다. 또한 부부의 소박한 행복이 전달되어 가슴뭉클한 감동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빠르게 변화하고 빠르게 흘러가는 현대를 살아가면서 현실에 안주하지 못하고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현대인들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부부의 이야기 속에서 대리 체험을 하는 것만으로도 뭔가가 뻥 뚫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 책은 2014년도에 출판이 되었다. 이후 두 부부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시간이 되면 다음 이야기도 읽어 보아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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