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87년생 초등교사입니다 - 열정과 타협 사이에서 흔들리는 밀레니얼 교사들의 이야기
송은주 지음 / 김영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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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 행복한 길을 찾고 싶다. 풍족하다고 여겨지는 삶의 방식에 대한 삶의 방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성별, 나이와 경력에 따라 자연스럽게 따라다니는 ‘교사는, 여교사는, 남교사는, 경력교사는, 초임교사는 어떠해야 한다는’ 선입견과 편견은 남의 눈치만 살피게 하는 프레임이다. 모두 이 틀에서 좀 더 자유로워졌으면 한다.

안정성, ‘워라밸’, 개인주의, 순응성, 엘리트. 2002~2011학번에 속하는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 교사들의 특징을 아우르는 단어다. 구제금융(IMF)사태 이후 잘릴 염려 없고 방학 등 시간 여유가 많다는 점에서 교사 직업의 인기가 높아지며 중산층 가정에서 부모의 적극적 지원과 권유로 시험 점수를 잘 받은 학생들이 교대를 지원하게 되었다. 따라서 자신의 안위를 위해 편한 길을 선택한 우등생 출신 젊은 교사들이 과연 아이들을 위해 헌신할 수 있을까?

87년생, 2006학번인 초등교사 지은이도 세간의 이런 질문과 의심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다. 스스로 “생계걱정을 안 해도 될 만큼 매우 안정적인 직업인데다 육체적으로 힘들지 않고 존중받고 권위 있는 직업이라는” 게 교사가 된 이유라고 밝히면서도 “적당히 되는 대로 월급 받고 사는 ‘직업인’으로 정년만 바라보고 있을까봐” 두렵다고 털어놓는다. 그가 취재하고 책에 담은 다른 밀레니얼 교사들도 비슷한 고민을 한다. 또 이들은 젊고 개인주의적인 만큼 변화나 새로운 학습법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우리가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야”라며 신규교사를 길들이려는 선배교사들의 압력에 강한 거부감을 갖는다. 교육의 진보에 대한 가능성 역시 밀레니얼 교사들에게 있는 것이다. 지은이는 젊은, 특히나 여교사에 대한 세간의 편견뿐 아니라 학교 안의 권위주의와 기술발전과 교육 혁신에 대한 소신을 밝힌다. 또 학교와 사회가 더 이상 학생들의 ‘스라밸(스터디라이프밸런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책속으로

사회가 변한 만큼 스승의 날도 변해야 한다. 스승의 날을 없애는 변화보다는 스승의 날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는 변화가 필요하다. ‘스승을 공경하라’에서 ‘스승이란 어떤 존재인가’를 묻는 날로 관점 전환을 해보면 어떨까. 그러면 교사는 ‘나는 진정한 스승인가’라고 자기 길을 돌아보고, 학생과 학부모는 ‘선생님들도 참 힘들겠다’라는 생각을 한 번씩은 하면서 훨씬 더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스승의 날이 되지 않을까.

밀레니얼 세대 교사들의 최대 강점(S)은 ‘자기를 자기답게 하는 힘’을 안다는 것이다. 그들은 개성 있는 존재로서 자신의 가치를 알고 그 가치를 키워나가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의 개성을 받아들일 준비가 누구보다도 잘 되어 있다. 선례를 강요하거나 개별성을 인정하지 않는 문화에 예민한 편이다. 이런 특징은 유난히 보수적이고 변화가 많지 않은 학교 현장에서 더 빛날 수 있다. 보여주기식 행사, 띄어쓰기와 글씨 크기에 집착하는 공문 작성, 수업시간에도 재촉되는 공문 압박, 가장 나이가 어린 여교사에게 강요되는 졸업식 시상보조(일명 꽃순이) 등 밀레니얼 세대 교사들이 학교에서 바꿔가야 할 이슈는 매우 많다.

초등 여교사들은 사회적으로 초등 여교사라는 직업이 갖는 선입견이 너무나 많아서 내가 나로서 존재하기보다는 외모결정주의, 자본주의 결혼 시장의 상품으로 전락해버리는 느낌을 받을 때가 상당히 많다고 토로한다.

“먹방 하면 되는데 공부는 뭐 하러 하나”라는 아이의 말에는 ‘공부하면 내 실력이 되냐, 그 실력을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냐, 노력 대비 가성비가 떨어지지 않냐’는 의문도 담겨 있다. 이처럼 유튜버의 출현과 유튜버 스타들의 성공은 ‘공부와 인내는 학생의 미덕, 노력하는 자에게 열매가 있을 것’이라고 교육받은 아이들에게 새로운 의문을 품게 한다.

AI와 코티칭Co-Teaching을 하게 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미래에 아이들은 기계와 결합하여 일해야 한다는데, 교사는 다를까? 오히려 더욱 적극적으로 정보통신의 발달을 껴안아 맞이해야 할 사람이 교사이다. 앞으로 교사의 역할은 현재의 교육과정 운영자에서 AI와 함께하며 맞춤형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교육과정 코디이자 매니저로 바뀔 것이다. 그리고 교사가 주도했던 교육과정 운영은 학생이 함께하는 진정한 공동 작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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